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아보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정치자금법 57조에 따르면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될 경우 5년간 공직 취임 및 임용이 금지되며, 기존 직위에서도 퇴직하게 된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수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오랜 후원자인 김한정 씨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총 10개의 여론조사 중 비공표 3개, 공표 2개 등 총 5개 조사에 대한 비용 2100만원의 대납 혐의가 유죄로 받아들여졌다.
나머지 5건에 대해서는 오 시장의 의뢰나 비용 대납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내 경선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지지를 의식하고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려 했다"며 "나 전 의원보다 앞서는 여론조사를 기대하는 한편, 당시 잘 알지 못하던 명태균을 검증하려는 동기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 측의 '선거자금이 충분해 불법 의뢰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명의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할 수 없어 은밀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조사 업체의 자격 여부는 결정적이지 않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부정하게 수수한 정치자금이 적지 않고,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후보자 의뢰 여론조사의 공표·보도를 실현하려는 목적이 결부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울시장 등을 역임해 법 내용을 잘 알면서도 범행을 주도했고, 재판에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공직 자격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기간이 짧고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선고 직후 오 시장은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며 "항소심에서 적극 다투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의 박노수 특검보는 "그간 피고인들이 증거 없는 정치적 기소라 주장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일부 무죄 부분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향후 재판이 '6·3·3 원칙(1심 6개월, 2심·상고심 각 3개월)'에 따라 진행될 경우, 대법원 판결은 내년 1월 말에 나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직 상실형이 내년 2월 말까지 최종 확정되면 내년 4월 7일에, 3월 이후 확정되면 내년 10월 6일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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