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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인 국내생산촉진세제 대상에 전기차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이 막대한 보조금과 관세 등으로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고 있는데, 한국은 정반대로 전략 지원 산업에서 전기차를 뺀 것이다. 저가 중국산 전기차의 거센 공습에도 이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다음달 초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지원 대상인 전략산업 목록에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분야는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그동안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당 400만원 안팎의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가격 측면에서 보조금 제공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지원 등 전기차산업 전반을 중앙정부가 밀어주는 중국산 전기차를 당해낼 재간이 없어서다. 완성차 업계는 보조금 지급 규모만큼 판매 가격을 즉시 인하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세수 부담을 이유로 전기차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주요 글로벌 자동차 시장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판매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한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 22만177대 가운데 중국산은 7만4728대(33.9%)에 달했다. 2021년 1.1%에서 30배 이상 늘었다. 한 자동차회사 임원은 “이러다가 한국 자동차산업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만 '홈 어드밴티지' 없이 경쟁…"中 전기차 놀이터 될 판"
작년 전기차 판매 34%가 중국산…美 0.3%·유럽 18% 비해 압도적
“지금처럼 손 놓고 있으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한 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작년 전기차 판매 34%가 중국산…美 0.3%·유럽 18% 비해 압도적
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고위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 전기차의 거침없는 진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 지원하는 데 비해 한국은 높은 법인세와 전기료,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과 같은 모래주머니를 잔뜩 짊어지고 싸우고 있다는 우려였다. 이어 “관세 장벽도, 뚜렷한 산업 육성 정책도 없는 한국 차 시장은 중국 비야디(BYD)와 같은 기업의 놀이터가 될 판”이라고 했다.
◇작년 판매량 이미 넘어선 중국산
한국은 자동차 강국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판매 비율이 가장 높은 시장이다. 24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 인도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국산 전기차 판매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22만177대 가운데 중국산 비율은 33.9%(7만4728대)였다. 미국(0.3%)은 물론 유럽(18.3%)과 일본(30.5%), 인도(26.2%) 등을 모두 앞질렀다.상반기 중국산 전기차 판매 비율은 32.0%로 낮아졌지만 판매 대수는 이미 작년 전체를 넘어선 8만3790대에 이른다. 중국산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를 합치면 3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산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이유는 테슬라와 BMW, 폴스타 등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전기차 브랜드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서다. 동시에 BYD 등 중국 브랜드는 비슷한 체급의 국내 전기차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들이 생산 비용이 낮은 중국에서 만들어 관세장벽이 낮은 한국에 수출·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중국 상하이에 있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엔 값싼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하청업체가 400여 개 있다. 인건비 역시 한국의 절반 이하다.
BYD의 공세도 만만찮다. 지난 상반기 BYD는 국내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기아와 테슬라, 현대차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올 들어 1만1675대를 팔아 연간 목표 판매량인 1만 대를 상반기에 넘어섰다. 자신감이 붙은 BYD는 한국에서 TV와 야구장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데다 대당 수백만원의 자체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한국만 지원대책 없어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정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유입을 막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팔고 있다고 판단해 이에 따라 회사별로 기본 관세 10%에 최대 35.3%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추가로 유럽 내 생산 의무를 부과하는 유럽산업가속화법(IAA)을 통해 자국 내 생산과 부품 사용을 압박할 계획이다. 미국은 102.5%에 달하는 관세로 중국 차량 진입 자체를 막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국내 생산 촉진세제를 도입했다.반면 한국에선 별다른 산업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구매에 대한 소비자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이는 산업 정책이라기보다 전기차 보급을 위한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테슬라 등 중국산 차량도 보조금을 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완성차업계는 국내 생산 촉진세제에 전기차를 넣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세수 부담을 이유로 끝내 제외됐다. 국내 생산 촉진세제는 전략산업 기업이 국내 생산과 고용을 확대하면 그 규모에 비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를 벤치마킹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된 전기차는 총 12만5978대로, 총 5000억원(대당 400만원 지급 시) 정도의 세수 감면 효과가 있다. 국내 생산 촉진세제는 작년 2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이 충남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제안한 핵심 대선 공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세법 개정안을 통해 국내 생산 촉진세제가 도입되더라도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 등 전략산업에 돌아가는 혜택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투자세액 공제를 통해 법인세 최저한세율(17%)을 적용받고 있다. 배터리는 국내 사업장이 적자여서 돌려받을 법인세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을 지원한다는 생색은 냈지만 정작 혜택을 받는 회사가 없는 껍데기만 남은 지원책”이라고 평가했다.
김우섭/양길성/정상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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