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제 시대의 청년 일자리와 산업보국 [김홍유의 산업의 窓]

입력 2026-08-03 08:56  

안보 경제 시대의 청년 일자리와 산업보국 [김홍유의 산업의 窓]


대한민국 청년 이공계 인재들의 진로 지도는 심각한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IT 대기업이 매년 수천 명의 핵심 연구 인력을 흡수하는 동안 국가 안보와 미래 먹거리를 결합할 딥테크 방산 창업 생태계는 심각한 인력 및 기업 기근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현재 국내 방위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단 16개 사에 불과하며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방산 벤처기업도 14개에 그친다. 전체 딥테크 스타트업 중 방산 진입 비중은 1% 미만으로 우리 청년들의 뛰어난 기술력이 단조로운 대기업 채용 트랙 안에만 갇혀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인재 쏠림과 청년 고용 시장의 경직성은 최근 국가데이터처 청년층 부가 조사(2026년 5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종 학업을 마친 15~29세 청년 중 취업 경험이 있는 비율은 84.8%로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졸업 후 1년 이상 미취업 상태인 청년 비중은 48.6%에 달한다.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과 경력직 선호 현상 속에서 청년들의 취업 준비 기간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눈을 밖으로 돌리면 세계 방산 시장의 판도는 급격히 바뀌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위비 지출은 연간 2조9000억달러(약 3900조원) 규모로 급팽창했으며 미국은 ‘샤프 코호트’로 불리는 평균 업력 10년 안팎의 혁신기업들이 자율비행 드론과 AI 기반 전술 SW 등 민간 딥테크를 군사 응용 모델로 신속히 전환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의 거대 방산 체계 기업 중심 구조만으로는 민간의 폭발적인 AI·디지털 기술 발전 속도를 군에 이식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청년 인재들을 방산 딥테크로 유인해야 하는 시대적 이유다.

최근 K-방산은 연간 수출액 200억달러 고지를 바라보며 역사적 퀀텀점프를 이뤄내고 있다. 2027년 세계 4대 방산 강국(세계 시장 점유율 5% 이상) 진입을 목표로 폴란드, 중동, 루마니아, 페루 등에 이어 미국 해군 사업까지 영토를 넓혀가는 K-방산의 성장은 단기 호황을 넘어 구조적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주 실적의 그늘에는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 간의 양극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수출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급증하지만 부품·소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인력 유출과 수입국들의 현지 생산, 자국산 부품 적용 요구로 국산화율이 저하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따라서 무기체계의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고 기술력 있는 중소·스타트업의 부품을 정부가 책임지고 무기체계에 적용하는 관급 전환 정책은 K-방산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이다.

첨단기술 스타트업의 딥테크가 기존 방산 제조업 중소기업과 M&A나 기술 결합을 이룰 때 대한민국은 단순한 무기 조립·수출국을 넘어 방산 기술 원천 보유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러한 방산 육성책이 실제 청년 일자리로 결실을 맺으려면 기존 청년일자리 정책 인프라와의 정교한 연결이 필수적이다. 전국 120여 개 대학에서 운영 중인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및 고학년 대상 맞춤형 역량 강화를 제공하는 점프업 프로젝트 등 기존 청년고용 전달체계와 방산 신산업 청년 육성 사업을 연계해야 한다. 대학 내 진로·취업 컨설팅 단계에서부터 국방 AI, 로봇, 드론 등 방산 딥테크 분야의 포트폴리오 설계를 지원하고 관련 청년 일 경험 사업을 직접 매칭함으로써 대기업 채용공고만 바라보던 이공계 청년 구직자들을 방산 신산업 현장으로 유입시키는 단단한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화 시절 산업보국은 공장을 세우고 수출길을 열어 가난을 극복하는 숭고한 가치였다. 21세기 패권 전쟁 시대의 산업보국은 그 의미가 새로워져야 한다. 이제 산업보국은 청년들의 첨단 딥테크 기술로 국가의 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그 안보 산업을 세계 4대 수출 성장동력으로 키워 청년 일자리와 안보 경제를 동시에 굳건히 하는 것이다. 삼전닉스(?)라는 좁은 트랙에 매달리던 젊은 연구원들이 방산 챌린지에 도전하고 국방 AI와 드론, 합성데이터 스타트업을 창업해 군의 전술을 선도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하는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단단한 공급망 기반의 방산 강국이자 청년들의 도전이 결실을 맺는 역동적인 경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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