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이웃’의 컴백…스파이더맨의 ‘브랜드 뉴 데이’

입력 2026-07-29 15:1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세계관은 한동안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우주 저 끝에서 초월적 존재와 행성의 운명을 다투는 히어로의 모습은 말 그대로 ‘공상과학(SF)’일 뿐, 깊은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땅에 발붙이고 사는 평범한 사람에겐 우주의 존망을 건 거대한 전투보다, 일상의 균열이 더 와닿기 마련이란 점에서다. 서툰 첫사랑의 아픔, 달마다 돌아오는 밀린 집세와 학자금 대출의 걱정 같은 현실적 고단함 묻은 이야기에 관객은 보다 깊게 공감할 때가 많다. 10대 거미 소년을 내세운 코믹스가 60년 넘게 영웅으로 사랑받았던 이유다.

마블 간판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돌아왔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스파이더맨 4’)가 29일 국내 개봉하면서다. 스파이더맨 가면 속 성숙미가 완연한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모습이 어딘가 반갑다. 우리가 알던 ‘친절한 이웃’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호프’를 제치고 올해 개봉작 최다 사전 예매량(약 93만 장)을 기록하는 등 무더위를 날릴 블록버스터라는 기대감에 걸맞은 재미를 품은 영화라는 평가가 일찌감치 나온다.
친절한 이웃의 소소한 영웅담
스파이더맨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개 이렇다. 미성숙한 젊은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난뱅이, 나사 하나 빠진 듯한 실수투성이, 성가신 수다쟁이에 찌질하지만 미워할 순 없는 친근한 성격. 본격적인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 이전 소니 픽처스 제작으로 먼저 등장한 토비 맥과이어(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앤드류 가필드(어메이징 스파이더맨)가 대중의 기억에 꽤 오래 남아있는 것도 이런 매력을 십분 살렸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4’는 오랜 세월 구축된 이런 소소한 영웅서사로 좌표를 다시 잡았다. 파커가 폭력범, 강도를 소탕하며 뉴욕에서 홀로 살아가는 게 초반 얼개다. 블랙 위도우(플로렌스 퓨)가 이런 그의 활약을 두고 툭툭 내뱉는 “Small Potatoes(별것 아닌 소소한 일)”가 상징적이다. 동네 범죄를 막는 ‘거리 수준의 영웅’으로 돌아간 것. 모두의 기억에서 존재가 지워져 고독을 맞이하는 전작의 각본을 이어 가는데, 원작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이 강박적으로 정체를 숨기고 온갖 불행으로 점철된 캐릭터임을 고려하면, 본질에 가까운 절묘한 스토리인 셈이다.

물론 잡범만 잡는 해결사 노릇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일상은 뜻밖의 인물과 얽히며 새 국면을 맞는다. ‘엑스맨’ 시리즈의 핵심인 진 그레이의 등장이다. 영화는 거대한 우주적 재앙을 억지로 끌어오는 대신, 고독으로 엮인 두 돌연변이의 교감을 통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향후 마블 세계관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엑스맨 세계관을 무리한 설정 파괴 없이 안착시켰단 점이 인상적이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에 물려 유전자 변이를 겪은 돌연변이 능력자란 점에서 향후 다양한 뮤턴트(돌연변이)를 보여줘야 할 엑스맨 시리즈의 미리보기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이제 ‘홈’은 없다” 새로운 서사 예고
‘스파이더맨 4’는 앞선 1~3편과는 다른 점이 있다. 전작마다 제목에 들어갔던 ‘홈(Home·집)’(홈커밍·파 프롬 홈·노 웨이 홈)이 빠진 것. 그간 MCU에서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등 기존 히어로의 그늘 아래 보호받는 10대 청소년으로 그려졌다. 피터 파커의 서사는 늘 집이나 메이 숙모 같은 안전지대로 대표되는 미성숙함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뜻이다. 10년 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으로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 역시 갓 스무살에 불과했기에 위화감도 없었다.



이번 영화의 부제인 ‘브랜드 뉴 데이’(새로운 날)를 오는 겨울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 시리즈의 차기작인 ‘어벤져스: 둠스데이(종말의 날)’에 조응하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지만, 영화가 전개해 나가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면 그간 유예돼 있던 성인으로의 삶을 맞이한 피터 파커의 홀로서기로 해석하는 편이 보다 고개를 끄덕일 만 하다. 연인 엠제이(젠데이아), 절친 네드 리즈(제이컵 배덜런)와 ‘고등학교 동창’을 벗어난 새로운 관계 맺기도 예고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새로운 3부작을 제작한다.

MCU 영화답게 영상미와 액션의 박진감이 뛰어나다. 아이맥스 등 극장 특수관 예매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사이드킥 같은 역할로 등장하는 ‘퍼니셔’ 프랭크 캐슬(존 번탈)과의 브로맨스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서 드라마로만 접했던 퍼니셔의 시니컬하고 거친 안티 히어로적 면모가 군데군데 강렬하다. 퍼니셔의 서사를 진득하게 풀어보는 것도 MCU의 새로운 활로가 되지 않을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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