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이사는 일하는가? [강진구의 회사법 뜨락]

입력 2026-08-02 07:00   수정 2026-08-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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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Director)란 누구인가? 우리 회사법상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업무집행 및 경영감독 등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회사는 이사를 둬야 하며,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회사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누가 이사인지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해당 회사의 법인등기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실제 직함이나 역할과는 무관하고, 적어도 법적으로는 법인등기부에 기재돼 있는 사람이 이사라고 이해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주주가 선임하지만 회사를 위해 일한다
그렇다면 이사는 누가 뽑는가? 우리 회사법은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규정한다.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기관인 만큼 주주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사는 자신을 선출한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뜻밖에 우리 회사법의 전통적인 답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만, 선임된 후에는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 종전의 대체적인 법리였기 때문이다. 이사와 위임관계를 맺는 상대방은 회사이지 주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법 제382조 제2항도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따른다. 이사가 회사를 위해 일한다면 그것이 결국 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굳이 회사와 주주를 구별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맞는 말이다. 회사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은 대체로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회사가 잘되면 결국 주주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만 바라보면 놓치는 것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회사의 이익만 고려할 경우 오히려 주주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자, 감자, 합병·분할, 자기주식,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이른바 자본거래에서는 회사 자체에는 이익이 되거나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주주는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생각해 보자. 회사에는 특정 투자자의 증자 대금이 유입돼 이익이지만, 기존 주주는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이 희석되는 불이익을 입는다. 회사에는 이익이 되나 주주에게는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사가 회사의 이익만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면 된다고 하는 것이 타당한가? 위 사례에서 유상증자 여부 및 조건 등은 원칙적으로 이사회가 결정한다. 이때 이사가 회사의 이익만 고려하면 된다고 한다면, 주주의 지분 희석 문제를 부차적인 이슈로 보고 충분히 검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상법 제418조는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인정하면서도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간 실무에선 경영상 목적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해석해 제3자 배정에 관한 이사들의 판단을 가급적 존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와 같이 실제 주주 이익이 경시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불만이 누적된 주주들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개정 상법, 이사가 주주를 위해서도 일해야 한다고 명시
이것이 바로 2025년 7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 충실의무의 대상이 주주에게로까지 확대된 배경이다. 개정 상법은 이사가 회사 및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고, 나아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명시한다(제382조의3). 문언상으로는 기존의 ‘회사를 위하여’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바꾼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위와 같은 배경과 문제의식을 고려하면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제 이사는 회사의 이익만 살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결정이 주주 전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정 주주에게 이익이나 손해가 부당하게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판단해야 할 요소가 늘어난 만큼 이사의 의사결정은 훨씬 어려워졌다.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학설이나 판례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개정 상법이 시행된 이상 이제 이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비교형량이라는 어려운 숙제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될 점은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명제가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사는 여전히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며, 여기에 주주의 이익이라는 고려 요소가 더해졌을 뿐이다.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 지배주주 이익과 일반주주 이익 등을 함께 저울에 올리고, 어느 한쪽에게만 이익이나 손해가 부당하게 귀속되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 비교형량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이사들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만 그 저울에는 아직 명확한 눈금이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정한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등의 절차적 타당성을 갖추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와 주주 사이에서 균형 잡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어렵다는 이유로 그 고민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이번 개정 상법이 이사에게 맡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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