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안쪽서 DNA 나왔는데"…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입 열었다 [인터뷰]

입력 2026-07-31 19:43   수정 2026-07-31 20:26

"바지 안쪽서 DNA 나왔는데"…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입 열었다 [인터뷰]


"(제 사건에서) 보완수사권은 진실에 다가가는 '최후의 절벽'이었어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작가는 31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 통과와 관련해 "보완수사권이 있어서 그나마 믿고 기다릴 수 있었다. 여기서 잘못 잡지 못했더라도 여기서는 바로 잡을 수 있겠지라는 기회를 주는 것인데, 폐지는 이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국회는 3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직접 보완수사는 할 수 없다.

김 작가는 개정안 통과를 두고 "피해자가 나타나도, 반대한다는 전문가들이 있어도, 경찰들도 반대해도 강행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믿는 신념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도, 검찰도 실수할 수 있으니 대책을 세우는 건 사실 너무나도 당연하다. 누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며 "경찰한테 피해를 입은 분들도 경찰이나 검찰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진짜 과연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우려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건 경험 때문이었다. 김 작가는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실질적으로 상해 사건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는 장면을 둘 다 봤다"며 "가해자가 말했을 때 경찰은 그냥 곧이곧대로 넘어가고, 검찰은 수십 차례 계속 질문을 했다. '그땐 그럼 왜 그랬는데요? 근데 기억이 안 난다면서 왜 그건 기억이 나요?' 이런 식으로 계속 되물었다"고 되짚었다.

이어 "그것만 봐도 수사관의 집념이나 정성도에 따라 사건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저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처음에는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인지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DNA 검사를 가해자를 식별하는 용도로만 썼다. 성범죄에 대한 검사를 하려고 했었으면 네 바지 안쪽이나 지퍼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쪽은 아예 보지 않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2심에서 검찰의 주장이 받아 들어지면서 수사가 진행됐고, 바지 안쪽에서 가해자 DNA가 나왔다"며 "사실 1심이든 2심이든 증거는 똑같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찾지 않았고 검찰은 찾아냈다. 물론 제가 그사이에 어떤 검사를 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지만, 그런데도 제가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건 보완수사 장치가 있어서였다"고 했다. 이어 김 작가는 "실질적으로 제가 이걸 궁금해하지 않았고, 재판도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 얘기를 몰랐을 거다. 죽을 때까지 몰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된 피해자 권리 보장 장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봤다. 개정안에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과 피해자, 고발인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사건 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그는 "개정안의 피해자 권리 보장 장치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은 그 순간에는 PTSD가 상당해 혼란스럽다. 똑같은 얘기를 해도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그런데 개정안이 이렇게 복잡하면 피해자가 제정신으로 견디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피해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당시 제 상황이었다면 절대 못 뒤집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작가는 개정안 통과를 두고 "미래의 피해자를 대신해 뭔가 막아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이랑 이제는 남은 게 저주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우리가 분명히 얘기했지 않냐고. 이거 진짜 지옥이 펼쳐질 거라고"라고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부산에서 한 남성이 귀가하던 여성을 따라가 돌려차기로 뒷머리를 가격해 쓰러뜨린 뒤 발로 밟아 의식을 잃게 하고,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로 이동해 성폭력을 시도하다가 도주한 사건을 의미한다.

당시 가해자는 최초 살인미수죄로만 기소됐다. 항소심 단계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의 DNA가 추가로 확보됐다. 보완 수사로, 가해자의 성폭력 시도와 관련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가해자의 죄명을 강간살인미수죄로 변경해 가해자에게는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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