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주식"이라더니…한국은행 13년 만에 결단 내렸다

입력 2026-08-03 21:00   수정 2026-08-03 21:19

"금보다 주식"이라더니…한국은행 13년 만에 결단 내렸다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투자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금 매입을 재개했다. 지난 2분기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데 이어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매입하는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3일 한은은 국내 금 생산 업체 LS MnM,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협력해 국내에서 생산한 금을 사들여 외환보유액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분기에는 금 ETF를 소량 매입했다. 정희섭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2분기 금 ETF를 소량 매입하며 13년 만에 금 투자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은은 국제 금시장에서 실물 금을 사들여 영국은행에 보관해왔다. 앞으로는 LS MnM이 구리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해 수출하는 금을 국제 시세에 맞춘 뒤 장외에서 매입할 계획이다. 정 원장은 “국내에서 생산한 금이라는 새로운 매입 채널을 확보해 금 매입 경로를 다변화하고 영국은행에 집중된 보관 장소를 분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그동안 금 매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투자 실패 트라우마 때문이다. 김중수 총재 재임 시절인 2011~2013년 금 90t을 집중 매입했지만 이후 국제 금값이 급락해 약 1조200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고 이 사건은 한은 내부에 오랫동안 상당한 부담으로 남았다. 한은은 그동안 “금은 배당과 이자가 없는 데다 금 투자보다 주식 투자로 더 높은 수익률을 내왔다”는 논리를 폈다. 현재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외환보유액의 약 1.1%다.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9위 수준이다.

한은이 다시 금 매입에 나선 건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빈번해지면서 전통 안전자산인 금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달러 자산을 노골적으로 무기화한 데다 미국 국가 부채까지 급증하자 글로벌 중앙은행 사이에서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이 강해졌다. 지난해 6월 연례보고서에서 세계금협회는 “중앙은행들이 지난 3년 동안 매년 1000t이 넘는 금을 축적했다”며 “이전 10년간의 연평균 400∼500t을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전했다.

최근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고점 대비 약 30% 조정받은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는 매수 시점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국내 금시장 시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외시장에서 금을 매입하기로 했다. 또 국내 수출 업체들이 한은에 금 매입을 요청할 때만 매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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