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남대문 출장소, 재무부 금리국.
과거 한국은행에 붙었던 별칭들이다. 1988년 개정 한은법 시행 이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이 재정경제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뀌는 등 독립성은 보장됐다. 하지만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움직이려는 정부의 입김과 외풍은 중앙은행에 상당 기간 이어졌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앙은행(Fed)에 공개적으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Fed에서 달러를 확보해 엔화를 사는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 제도(FIMA)를 활용하는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관이 이 제도의 확대를 Fed에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현재 거래 당사자의 일일 한도는 600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2일 SNS에 외국 정부가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Fed의 FIMA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3일엔 "Fed의 지원책이 일본의 노력에 중요한 도움이 된다"며 "향후 몇 달 안에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를 권장한다"고 SNS에 적었다.
재무부와 Fed가 금융 안정을 위해 협력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재무부 장관이 Fed에 제도 개선을 '공개적'으로 권하는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전 재무부 고위 관료인 마크 소벨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재무장관들은 Fed의 통화 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렸고, 그런 필요가 생기면 총재와 비공개로 논의하여 물밑에서 처리하곤 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베센트 장관의 Fed 대상 월권은 처음이 아니다. 2025년 8월 베센트는 Fed의 구체적인 금리 인하 폭까지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인하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재무부 장관이 중앙은행을 이렇게 대놓고 압박한 사례는 흔치 않다.
베센트의 계속된 Fed 압박엔 미국 금리를 행정부 입맛에 맞게 움직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묻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신뢰와 우정'을 엔화 시장 개입의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론 '지속적인 엔화 약세가 미국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하고 결국 국채 금리 상승과 미국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케이티 마틴 칼럼니스트 겸 편집위원은 이날 뉴스레터를 통해 미국의 엔화 개입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엔화 약세도 질서정연(?)하게 진행됐고, 무엇보다 엔화 약세를 불러온 건 일본 스스로였다는 점을 들었다. 결국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과 이례적인 동시 행동에 나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틴 칼럼니스트는 "미국은 일본의 (자국 통화 매입을 위한) 대규모 달러 매도가 이뤄지면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위험을 피하고 싶어했다"며 "베센트가 이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본인이) 헤지펀드 매니저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베센트 장관은 월가에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주요 통화에 대한 공격도 그의 장기 중 하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소로스 펀드에서 일한 1992년, 영국 파운드 붕괴(검은수요일) 관련 베팅으로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준 팀의 핵심 멤버로 언급되고 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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