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방어 노렸나...엔화 부양 나선 배경은?

입력 2026-08-05 10:00  


미국이 일본과 이례적인 외환시장 공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엔화 약세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해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일본 통화의 약세는 도쿄뿐 아니라 워싱턴에도 문제가 됐다"며 미국이 개입에 나선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번 엔화 가치 급락이 미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데다, 일본이 무역협상으로 약속한 수백조 원대 규모 대미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미국이 엔화 안정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WSJ은 이에 대해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국이 이처럼 개입한 것은 엔화 약세가 자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부담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막대한 미국 국채 보유분을 매각해 엔화 방어에 나설 경우, 이미 오르고 있는 미 국채 수익률에 추가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투자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저금리 국가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와 주식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활용해왔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할수록 낮은 조달 비용과 환차손 위험 감소로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커진다.

하지만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 엔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되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해 금리가 오르고, 글로벌 증시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유인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5.28%까지 오르며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금융시장을 흔든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4년 7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같은 해 8월 5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2% 급락했다. 이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이었다. 뉴욕증시의 S&P500지수 역시 3% 하락하며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컨설팅업체 이스트아시아이콘의 폴 케이비 대표는 WSJ에 "미국은 엔화의 급격한 매도가 세계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외국 및 국제통화당국 대상 레포’(FIMA 레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IMA 레포는 통화당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 매각하는 대신 이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제도다.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면서도 미 국채 대량 매각에 따른 시장 충격을 피할 수 있어 추가 개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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