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않는 옷은 쓰레기가 된다. 매년 수만 톤의 헌 옷이 모이는 칠레 북부 사막에는 폐의류가 모여 만든 산이 생겼다. 하지만 버려진 옷도 누군가의 손에 예술이 된다. 연진영 작가가 그렇다. 남은 원단 등으로 아트가구와 미술품을 만든다.서울 신사동 갤러리느와에서 열리고 있는 연진영 작가의 개인전 ‘이불집 IBULJIP : BLANKET FORT’엔 알루미늄 파이프와 에어백, 패딩 점퍼 등 산업 소재와 폐섬유가 침구로 바뀐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갤러리느와는 패션브랜드 송지오(SONGZIO)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 연 작가는 송지오의 의류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을 퀼트 기법으로 이어 붙여 하나의 이불처럼 완성했다.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이불 가게를 자주 드나들며 자란 작가는 자연스럽게 원단과 섬유 등의 소재를 가까이 했다. 날씨에 취약한 이불은 비가 오는 날이면 눅눅하게 젖었고, 가게는 두 번이나 불이 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 경험을 살려 연 작가는 이불을 천막처럼 천장 가까이 매달고, 일부러 불에 그을린 흔적을 남겼다. “장마철이면 이불이 비에 맞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곤 했어요. 어릴 적 축축한 이불에서 느꼈던 시각과 촉각, 후각의 기억을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아이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놓여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 이불이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 때문이다. 그는 “어른이 돼서도 이불 속에 들어간다는 건 위안인 동시에 또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통로와도 같다”며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이불 안으로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작품의 재료는 주로 버려진 옷이나 방치된 사물이다. 1층 천장에 매달린 설치 작품은 버려진 패딩 모자 수십 개를 키링처럼 연결해 완성했고, 3층에는 군인들이 화생방 훈련 때 사용하는 옷걸이를 활용한 작업이 전시됐다.
가구 디자이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연진영은 2021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디올과 협업해 파이프와 알루미늄 체크 플레이트로 제작한 ‘메달리온 체어’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섬유를 입힌 의자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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