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원 안보, 평시·비상시 이중 체계 갖춰야

입력 2026-08-04 18:19   수정 2026-08-05 00:28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으로 발생한 1차 석유파동으로부터 반세기가 넘게 지났지만, 전쟁이나 수출 통제 등 전통적인 지정학적 요인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지대하다. 오늘날 자원 안보는 단순한 수급을 넘어 공급망, 기술 패권 같은 지경학적 요소와 에너지별 수급, 환율, 금리, 투자 채산성 등까지 복잡하게 얽힌 고차방정식이 되었다.

올해 2월 발발한 중동전쟁 역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상 초유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생산이 차질을 빚고 핵심 필수재 공급망이 순식간에 경색됐다. 다행히 정부 차원의 각종 긴급 조치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장기적 차원의 공급망 대혁신이 왜 필요한지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

지금의 공급망 리스크는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라는 생산지 리스크에만 머물지 않는다. 리스크는 계약, 공정, 항로, 선박, 실시간 수급 정보 등 가치사슬 전 단계로 확장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치사슬 각 단계에 매복한 모든 위험을 개별적으로 방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경제합리성과 공급 중단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평시-비상시 이중구조(Dual-Structure)’ 전략을 통해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평시에는 비용 효율성을 고려하면서 장기 계약, 현물 구매, 국제 트레이딩 등 다양한 자원 확보 수단을 마련하고, 해외 지분 물량과 적정 재고 운영을 정교하게 조합해야 한다. 반면 비상시에는 해외 지분 물량을 즉시 국내로 반입하고, 대체 항로 확보 및 설비 공정 전환 등으로 즉각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이중구조 관리를 실효성 있게 작동시키려면 전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K자원 패키지’ 구축이 시급하다.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K자원 패키지는 자원 개발에 더해 계약 권리, 물류, 금융, 정부 간 협력을 일체화해 상대국과 교섭하는 통합 체계를 의미한다.

자원 개발기업이 프로젝트를 발굴하면 국내 물류기업은 맞춤형 선박 투입과 안정적 항로를 확보해 수송망을 담보한다. 민간 금융사와 정책금융기관은 대규모 장기 패키지 금융을 제공해 자금력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자원 보유국에 반도체, 이차전지, 인프라 건설 등 산업협력을 패키지로 엮어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새 공급망 전략이 유효하려면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할 제도적 그릇이 필수적이다. 자원 안보와 공급망 개선은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 과제인 만큼, 지속성을 담보할 재원도 마련돼야 한다. 자원 안보가 가져다주는 혜택은 우리 경제 전체로 확산된다. 그렇기에 공급망 전략은 특정 부처의 개별 과제가 아닌 범정부 차원의 ‘팀 코리아’ 모델이어야 한다. 글로벌 자원 전쟁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번 중동발 위기를 우리 자원 공급망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체질 개선의 디딤돌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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