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최저임금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최저임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공연은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재심의 요청을 기각해 재량권을 남용했고 업종별 최저임금제를 배제하는 등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1만700원(주 40시간 기준 월 223만6300원)으로 확정 고시했다. 소공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모두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 후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없다.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현장의 절규를 외면한 채 기계적으로 이의제기를 기각했다”며 “올 상반기 자영업 폐업 건수가 62만400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파국의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탁상행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확정 고시에 대한 소송 제기는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두 번째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 폭인 16.4% 인상한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소공연은 ‘2018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 가운데 중 주휴수당을 반영한 ‘월 환산액’ 부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주휴수당을 없애달라는 의미였다. 법원은 “시급에 병행 표기된 월 환산액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행정해석에 불과하다”며 소공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저임금 자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상공인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오는 9월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과 부당해고 구제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있던 영세 자영업자 보호 장치로, 근로자 권리를 우선으로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직원 두세 명으로 겨우 버티는 가게에 대기업 수준의 노동 규제를 적용하면 인력을 줄이거나 가족 경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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