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지난 1월 식당에서 세 살 자녀를 때렸다는 직원의 신고로 아이와 분리됐다. 신고자는 A씨가 아이의 뺨을 때리고 종이상자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CCTV에 뺨을 때리는 장면은 없고, 뛰어다니는 아이의 머리를 빈 상자로 가볍게 친 것뿐이라며 훈육이었다고 맞섰다. 분리된 자녀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A씨는 지방자치단체 사례결정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늘면서 실제 학대인지 충분히 가려지기도 전에 부모와 자녀가 분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 아동을 신속하게 보호하려면 선제 개입이 필요하지만,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모호한 사건까지 장기간 분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판단 기준과 심사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로 자녀와 분리된 부모가 사례결정위에 가정 복귀를 요청하거나 법원에서 학대 여부를 다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는 2020년 4만2251건에서 2024년 5만242건으로 18.9% 늘었다. 반면 지자체 조사에서 실제 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같은 기간 3만905건에서 2만4492건으로 감소했다. 신고 가운데 학대로 인정된 비율은 73.1%에서 48.7%로 떨어졌다.아동학대 대응이 행정절차와 형사절차로 나뉜 영향이 크다. 지자체는 아동에게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긴급 분리할 수 있다.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형사절차와 달리 행정절차는 아동 안전을 우선해 신속히 결정한다. 이후 사례결정위가 분리조치를 유지할지,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보낼지를 심의한다.
문제는 제한된 진술과 정황만으로 이뤄진 초기 판단이 장기간 가족 분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네 자녀의 몸에서 멍을 발견해 부모를 신고했다. 조사 결과 멍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넘어져 다친 일을 병원이 학대로 신고하거나, 유모차에서 나오려는 아이를 큰 소리로 제지한 부모가 행인의 신고로 자녀와 분리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사건은 이후 분리조치가 해제됐고 법원도 아동보호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지난 4일 시행된 개정 아동복지법은 피해 아동 보호를 한층 강화했다. 친권자 등이 모두 학대행위자이면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지자체장이 피해 아동의 취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학대 부모가 아이를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 외부와 접촉을 끊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보호 강화와 함께 잘못된 분리가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양육 환경, 반복성, 상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필 전문인력을 늘리고 사례결정위의 판단 속도와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훈태 법무법인 격 변호사는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아동 안전을 위해 우선 분리할 수밖에 없지만 그 결정이 적절했는지 신속하게 재검토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분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분리된 아동의 주거와 교육, 치료를 지원하는 후속 체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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