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이 된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최근 미국 증시의 고점을 경고하며 대폭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조적 위험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4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버리는 최근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주요 고점에 가까워졌다고 믿는다"며 "1987년과 같은 전격적인 하락장이 재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1987년 10월 19일 발생한 '블랙먼데이'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S&P500지수가 20.5% 급락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다. 당시 폭락은 주가 고평가와 금리 인상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그중에서도 대규모 매도를 촉발한 프로그램 매매가 낙폭을 키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주가가 하락하자 정해진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물량을 처분하는 매매 프로그램이 대규모로 작동했고 쏟아진 매물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버리는 현재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낮아진 변동성을 바탕으로 한 변동성 목표형 펀드와 모멘텀 전략 펀드들이 레버리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상승과 낮은 변동성이 시스템의 자동 매수를 부추기며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쌓였던 레버리지 매물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며 낙폭을 비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증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AI 인프라 투자 수요를 지탱하는 자금 조달 구조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기술주와 반도체 섹터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의 공매도 포지션 대상에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엔비디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테슬라, 팔란티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캐터필러 등이 포함됐다.
버리는 현재 엔비디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매도 보유 종목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포지션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 확고한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도 "시장 흐름이 베팅과 다르게 작용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 포지션을 정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위험 관리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공매도 전략에 대한 경각심을 당부했다. 버리는 "공매도는 결코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전략이 아니다"라며 "본인과 같은 전문 투자자는 공매도를 활용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공매도 투자를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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