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연애하실 분~"…20대 여성들 '남초 앱' 몰렸다 [매칭의 기술(上)]

입력 2026-08-06 19:28  

"저랑 연애하실 분~"…20대 여성들 '남초 앱' 몰렸다 [매칭의 기술(上)]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최근 데이팅 앱을 다시 깔았다. 예전에는 낯선 사람에게 무작정 '좋아요'를 보내는 게 부담스러워 삭제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취향과 연애관을 입력하자 조건에 맞는 상대가 추천됐다. 김씨는 "프로필 사진보다 자기소개글·관심사가 눈에 먼저 띄어 앱에서 사람을 알아보는 게 재밌어졌다"고 했다.

'남초 앱'이란 인식이 강했던 데이팅 앱에 여성들이 몰리고 있다. 신규 가입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가입 이후 재접속하고 상대의 프로필을 살펴보는 활동도 함께 증가하는 중이다. 소개팅 앱이 '즉석 만남의 장'에서 취향과 가치관을 따져 상대를 고르는 탐색 도구로 바뀐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데이팅 앱 여성 회원 '증가'
6일 소셜 데이팅 앱 위피 운영사 엔라이즈에 따르면 올 3~5월 여성 신규 이용자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여성 신규 유입은 전달보다 14.9% 늘었다. 여성 이용자가 가입한 다음 달 다시 접속한 비율은 2022년보다 7.5%포인트 높아졌다. 올 상반기 여성 리텐션(재방문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앱에 들어온 여성들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상대를 탐색하고 있다. 지난 6월 위피에 새로 가입한 여성 이용자의 가입 당일 1인당 프로필 탐색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증가했다. 단순히 계정만 만든 뒤 이탈한 것이 아니라 여러 프로필을 비교하면서 앱을 실제 탐색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엔 젊은 여성들이 특히 몰렸다. 위피가 운영한 '인공지능(AI) 매치메이커' 신청자 가운데 20대 여성 비중은 67.3%에 달했다. 위피에서 활동하는 전체 여성 이용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약 21.5%포인트 높았다. 단순히 많은 상대를 골라보는 방식보다 개인 맞춤형 추천 경험이 더 높은 만족도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정오의데이트에서도 여성의 존재감이 커졌다. 지난 6월 기준 전체 활성회원 9만2083명 중 여성은 4만752명으로 44%를 차지했다. 남성 회원은 5만1331명. 남녀 비율은 약 1.26대 1을 기록했다. 정오의데이트를 통한 하루 평균 매칭 건수는 1만5000~1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누적 가입자가 아니라 실제 앱을 사용 중인 활성회원을 중심으로 한 성비다. 당장 매칭 가능한 여성 회원 비중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의미다.
취향·관심사 기반 매칭에 몰려

인스타그램 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운동하는 남녀를 매칭해주는 서비스의 경우 남성(40.5%)보다 여성(59.5%) 이용자가 더 많다. 이 서비스에선 그간 커플 694쌍이 탄생했다. 서비스가 정식 출시된 지 약 두 달 만에 이룬 성과다.

로테이션 소개팅도 여성들이 몰리는 서비스 중 하나다. 붕개팅이 제공하는 로테이션 소개팅 일정을 보면 여성 참가자가 남성보다 더 빨리 마감된다. 1호점만 보면 17개 소개팅 일정 중 여성은 15개가 마감된 반면 남성은 11개만 마감된 상태다. 여성이 만든 데이팅 앱이란 점을 강조하는 윌유엔 남성 회원이 55%, 여성이 45%로 비교적 균일한 성비를 나타내고 있다.

데이팅 앱은 성비 균형에 따라 서비스 경쟁력이 좌우된다. 성비가 맞아야 회원들의 선택 폭이 확대되고 매칭 가능성도 커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여성들이 몰린 이유로 개인화된 사용경험, 안전한 이용 환경, 취향 기반 서비스 고도화 등을 꼽는다.

위피 관계자는 "최근 여성 이용자들은 데이팅 앱을 '많은 사람을 만나는 공간'보다는 나와 맞는 상대를 찾는 탐색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여성 이용자의 탐색 경험과 추천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오의데이트는 여성 이용자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잘 맞는 상대 '탐색'에 여성 회원↑
젊은층의 연애관이 변화하는 최근 흐름도 데이팅 앱 서비스와 맞물려 여성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발판이 되고 있다. 실제 젊은층은 자신과 맞는 취향·가치관을 가진 상대방을 찾아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연애관이 변화하고 있다.

사람인이 운영하는 데이팅 앱 비긴즈가 지난해 20·30대 553명을 조사한 결과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성격을 꼽은 응답이 43.8%로 가장 많았다. 가치관은 26%로 뒤를 이었고 외모는 17.5%에 그쳤다. 응답자 중 36.9%는 데이팅 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들은 상대를 판단할 때 자기소개 내용(41.2%)을 프로필 사진(27.9%)보다 중요하게 봤다.

데이팅 앱 이용 경험이 있는 여성 응답자 가운데 62.6%는 이용 목적으로 '진지한 연애 상대 찾기'를 지목했다. 남성도 같은 응답이 58.8%로 절반을 넘었다. 비슷했다.

반면 앱 이용 경험은 있지만 현재 사용하지 않는 응답자들이 떠난 이유로는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이용자가 있다(33.5%)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가짜 프로필'과 '개인정보 노출 우려'는 각각 12.4%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이용자가 성격·가치관을 충분히 확인하고 허위 계정이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도록 설계해야 여성 이용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들의 경우 안전성을 중시해서 상대방의 신분이 확실하고 안전이 보장된 플랫폼이어야 안심하고 쓴다"며 "앱의 안전성과 다양한 개인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수 있어야 여성 이용자들을 계속해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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