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시행 7년째를 맞아 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단순한 감정 충돌이나 정당한 업무 지시까지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무분별한 신고로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판단 기준과 조사 절차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6373건으로 전년(1만3601건)보다 20% 증가했다. 2021년 7774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제도가 잘 알려지면서 묻혔던 피해가 드러난 영향도 있다.
괴롭힘이 인정돼 개선지도와 과태료 부과, 검찰 송치 등의 처분이 내려진 사건은 2024년 1566건에서 지난해 1330건으로 줄었다. 신고 증가 속도에 비해 실제 처분 건수는 감소한 것이다.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실질적인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 신고가 늘어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사의 통상적인 근태 관리도 신고 대상이 되고 있다. C씨는 후배 직원에게 “오전 9시 전에 사원증만 찍지 말고 실제 자리에 앉아 달라”고 말했다가 회사 조사를 받았다. 상사가 함께 식사하지 않거나 대화가 적다는 이유로 괴롭힘 신고가 접수된 사례도 다수 있다는 게 노동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조직이 큰 비용을 치른다는 점이다. 직원이 40여 명인 한 중소기업에서는 직원 D씨가 동료 10명을 잇달아 신고했다. 조사 결과 소리를 지른 사실이 확인된 한 명만 가해자로 인정됐지만, 수개월간 조사와 면담이 이어지면서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동료를 다시 신고하거나,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근로감독관을 고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신고자는 사실관계를 조금씩 바꿔 같은 내용을 반복 신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의 신고권은 철저히 보장해야 하지만 업무상 지시와 괴롭힘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며 “악의적이거나 반복적인 신고는 신속히 걸러내고 실제 피해 사건에 조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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