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엔의 고강도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북한의 경제가 3년 연속 3%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과도한 군비 투자로 수십 년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국면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외신은 러시아·중국으로부터 확보한 달러 등 자원을 건설업과 제조업 등에 재투자하며 경제 체질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건국 이후 최고치인 2024년 3.7%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2022년 3.1%로 시작된 3%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2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은 최근 북한의 경제 발전 현황을 담은 현장 리포트 기사를 잇달아 게재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평양국제영화제, 평양국제마라톤, 국제무역박람회 등 북한이 올 들어 개최한 국제 행사에 참석한 호주, 영국 등 서방 진영 기업인과 유튜버들의 경험을 인용한 점이다. 보여주기식 의도가 있었다고는 해도 북한이 일부나마 자국 상황을 공개하는 식으로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WSJ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으킨 전국적 건설 붐에 주목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평양 화성지구에 새로 들어선 40층짜리 아파트 단지를 시찰했다. 이 아파트는 북한이 자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처럼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 전사한 북한 군인의 유가족이 이 아파트를 배정받았다.
지난 1년간 북한은 종합병원, 해변 리조트 등 수년간 중단됐던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김정은은 대표 정책인 '20X10'을 내세워 의료시설, 공장, 관광단지 등을 조성하고 있다. 20X10은 향후 10년 동안 20개 시·군에 새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런 건설업 투자 재원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 파병의 대가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8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대러 파병 및 군수물자 수출로 최대 144억달러(약 20조4000억원)를 벌어들였다. 북한의 2025년 GDP가 47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북한은 2만명 안팎의 병력을 보냈으며, 병사 한 명당 월 2000달러를 받고 있다. 병사가 사망할 때마다 추가 보상금도 받는다.
전 세계에서 북한이 벌이고 있는 암호화폐 해킹도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꼽힌다. 블름버그 이코노믹스는 북한이 2022~2025년 4년 동안 최대 22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유치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북핵 제재 첫 4년(2018~2021년) 대비 4배에 달한다.
김정은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의 거래가 급감했던 2021년, 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며 경제 실패를 자인했다. 2022년 발발한 러·우 전쟁은 북한에 경기 침체 반전의 기회가 됐다. 여기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경제 회복에 더 큰 힘을 실어줬다.
북한 전문 분석기관 코리아리스크그룹의 안드레이 란코프 이사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수입을 "복권에 당첨된 것"이라고 비유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원이 다시 강화된 것에 대해선 "안정적인 연금을 확보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북·중 교역액은 15억687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2017년 이후 9년 만의 최대치다. 북한의 디지털 경제 발전을 이끈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는 대부분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평양 만경대구역의 진달래손전화기공장은 연간 5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고 조선신보가 보도한 바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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