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투자 속도를 내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미국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미투자 1호 발표가 늦어지는 데 따른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급히 방미를 결정했다. 지난 7월23일 열린 한미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방미한 지 3주 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김 장관은 막판에 프로젝트를 협의하다 보니 "쟁점이 많아서" 방미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 측에 대미투자가 지연될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경고했다. 김 장관은 압박의 수위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저는 (압박을 직접)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의 요구가 "투자 속도를 내자는 취지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금년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말씀을 했고, 우리 법 제정을 빨리 하자고 했다"면서 "(관세협상이 타결된 후)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내자는 데에 대한 취지로 공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말에 언급한 '8월 말까지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라는 시간표가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목표 하에서 디테일하게 협상 중인데 생각보다 이슈가 있어서 이를 해결해 보기 위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입장은 난감하다. 서로 간에 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통상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 측에서도, 미국 측에서도 서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지만 공통분모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국 측은 텍사스 지역의 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1호 사업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 측은 그러나 한국의 제안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측에서 제안하는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도 상업적 합리성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한 이상 과도하게 무리한 사업에 투자를 결정하기는 곤란한 처지다.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의 경우 양국이 비교적 이해관계를 좁힌 프로젝트지만, 구체적인 투자 조건 등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날 김 장관은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가 여전히 에너지 분야 복합화력 발전이냐"는 질문에 "기다려 보자. 당초에 이야기했던 대로 상황을 보고 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갑작스레 경질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질문에는 "임명권자의 결정"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여 본부장의 역할은 "박정성 차관보가 계속 챙겨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과잉생산 관련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강제노동 관세에 이어 과잉생산 조사에 따라 정해지는 관세율이 실질적으로 미국의 각국별 관세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장관은 당초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8월 말께 이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측이 관세율을 15%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에 관해서는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모두 양국이 합의한 정신을 지키겠다(15% 수준 유지)고 노동 분야(강제노동 관세) 할 때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대비할 생각을 한다"면서도 "예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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