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흔든 美 채권시장…30년물 금리 19년 만에 최고 [도쿄나우]

입력 2026-08-18 07:38   수정 2026-08-18 07:51

일본이 흔든 美 채권시장…30년물 금리 19년 만에 최고 [도쿄나우]


일본 금리 상승이 미국 국채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일본 국채 장기금리가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국채 대신 자국 채권으로 자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미국의 재정 악화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회사채 발행 급증까지 겹치면서 미국 초장기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5.3%대로 치솟았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시장에서 30년물 금리는 한때 5.31%까지 올라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년물도 한때 5.3%대로 상승해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금리도 4.72%로 올라 7월31일 이후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일본계 자금의 ‘리패트리에이션’, 즉 국내 환류 가능성을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일본 장기금리는 17일 한때 2.93%까지 뛰어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초저금리를 피해 미국 국채 등 해외자산을 사들였던 일본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자국 채권의 투자 매력이 커진 것이다.

환헤지 비용까지 감안하면 미국 초장기 국채의 상대적 매력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은 그동안 일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수가 미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미국 국채의 최대 해외 보유국이다. 실제로 대규모 자금 환류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신규 매수나 만기 자금의 재투자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미국 국채 수급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재정 악화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2026회계연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7월까지 누적으로 이미 전년도 연간 적자 1조77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란과의 분쟁 장기화에 따른 군사비 증가와 사회보장비, 이자비용 확대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피치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6년과 2027년 GDP 대비 7.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초장기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AI 투자 붐도 미 국채에는 또 다른 부담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기술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과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데이터센터 관련 자금조달액은 269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의 두 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기술기업이 장기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민간 회사채와 미 국채를 비교하게 돼 국채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

반면 2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하락세다.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단기물 금리는 내려가고 초장기물 금리는 오르는 ‘트위스트 스티프닝’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19일 예정된 160억달러 규모의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환류가 현실화할지, 높은 금리가 새로운 매수세를 끌어낼지가 미국 초장기 금리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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