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한때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많았던 도쿄 도심의 까마귀가 지난 25년간 8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물쓰레기 관리 강화로 먹이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참새는 도쿄 도심에서 오히려 늘어나는 등 도시의 조류 생태계가 크게 바뀌고 있다.
22일 연구단체 일본 도시조류연구회에 따르면 5년마다 도쿄 도심 3곳에서 조사한 결과 2025년 까마귀 수는 정점이었던 2000년에 비해 84% 감소했다. 도쿄도가 약 40곳에서 실시하는 정점 조사에서도 2001년도 대비 약 80% 줄었다. 도쿄도에 접수된 까마귀 관련 민원과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93% 감소했다.
도쿄 도심의 까마귀는 1985년 약 7000마리에서 2000년 약 2만마리까지 급증했다. 대량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한 영향이 컸다.
도쿄도는 2001년 까마귀 대책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쓰레기 집하장에 그물을 설치하는 등 음식물쓰레기 접근을 막는 한편 덫을 이용한 포획도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음식물쓰레기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먹이가 줄고 번식 성공률도 낮아진 것이 개체 수 감소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도쿄도는 현재 까마귀 수가 급증 이전의 적정한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도심에서 까마귀 문제가 줄었다고 해서 전국적인 피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4년도 일본의 까마귀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약 14억엔으로 사슴과 멧돼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교외나 농촌에서는 경작 포기지와 방치된 과수 등에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까마귀 퇴치법을 둘러싼 오해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까마귀의 후각이 상대적으로 둔해 냄새를 이용한 기피제 효과가 제한적이고, 초음파를 듣지 못하며 캡사이신에도 민감하지 않아 관련 제품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개체 수를 줄이는 데는 무엇보다 먹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도쿄의 조류 생태계 변화는 까마귀에 그치지 않는다. 1990년대에는 도쿄 서부 교외에 많았던 참새가 2010년대 들어서는 도심에서 더 많이 관찰되는 등 분포가 역전됐다. 교외에서 황조롱이 등 맹금류가 늘어난 반면 도심에는 뱀 등 포식자가 적은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일본 전체로 보면 참새 역시 급감하고 있다. 1960년과 비교해 개체 수가 약 10분의 1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환경성과 일본자연보호협회 조사에서도 매년 3.6%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과 잡초의 감소, 주택 구조 변화에 따른 둥지 공간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야생조류 감소도 뚜렷하다. 2005~2022년도 조사에서는 농촌과 산촌에 사는 조류 106종 가운데 두견새 등 약 15%가 멸종위기종으로 판정될 정도의 속도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조류 감소가 단순히 새의 개체 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해충의 천적인 새가 줄면 농업 피해가 커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불균형이 식량 문제 등 인간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의 까마귀 급감은 도시 환경 개선의 결과인 동시에 일본의 조류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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