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생은 그동안 윗세대에 지배당했고, 이제는 곧 치고 올라올 젊은 세대에 압도당할 처지다. 지금 그들이 사회적 존재감을 드러낼 ‘마지막 기회’임을 깨달아야 한다.”새뮤얼 모인 미국 예일대 교수(사진)는 1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의 1970년대생이 처한 공통된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모인 교수는 지난 6월 출간한 저서 <미국의 노년독식정치(gerontocracy)>를 통해 나이 든 세대가 정치·경제·사회적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의 위험성을 경고한 세계적 석학이다.
모인 교수는 한국의 70년대생이 ‘586세대’에 밀려 승진이 지연되는 사이 1980년대생이 인공지능(AI)과 테크 지식을 무기로 상층부에 직행하며 중간 세대가 통째로 ‘삭제’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목격된다”며 “1946~1964년생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버락 오바마 등 미국 대통령이 줄줄이 나왔는데, X세대에서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모인 교수는 ‘창업 서사’의 부재를 꼽았다. 미국의 시민권 운동과 한국의 민주화 운동처럼 “우리가 사회를 바꿨다”고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성공의 기억을 가진 윗세대와 달리 70년대생은 외환위기같이 ‘살아남는 데 급급했던 기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정치적 자산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독식정치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노년 세대에게도 해롭다고 역설했다. 노년층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거부할수록, 정작 그들 자신에게 필요한 고령 친화적 주거 환경과 사회 시스템의 혁신도 멈추기 때문이다. 모인 교수는 한국의 70년대생에게 “사라지기 전에,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 흐름을 그대로 두면 향후 10년 안에 한국은 소수의 늙고 부유한 사람이 국가 전체의 미래를 결정하고 나머지 다수가 그 부담을 떠안는 사회로 굳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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