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시장에서 평가절하된 기업가치를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 회사와 투자회사로 쪼개기로 한 가운데 투자자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7%대 급락했다. 증권가에선 복합기업에 대한 비효율이 해소되는 만큼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분할 이후 실제 성과와 사업 수익의 주주 환원 등이 확인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 주가는 정규장에서 직전일 대비 7.49% 내린 3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업분할 발표 이후 주가는 장중 13%대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카카오의 향후 사업 계획과 주주환원 예고 등이 반영되면서 낙폭을 일부 줄였다.
앞서 카카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신설 법인 카카오AI와 존속 법인 카카오X로의 인적 분할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기존 주주는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카카오는 오는 12월1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1일 분할을 완료한다. 같은 달 27일 두 회사가 각각 재상장·변경 상장할 예정이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율에 따라 신설법인 주식도 함께 배정받는 만큼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다. 오히려 사업구조를 분리해 복합기업으로 있을 때의 할인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기존 AI 사업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과거 '문어발 상장' '중복 상장'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력이 있는 터라 이번 발표 이후 위험회피 심리가 나타난 것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그룹은 과거 카카오게임즈(2020년)·카카오뱅크(2021년)·카카오페이(2021년) 등 계열사를 잇달아 증시에 입성시키며 '문어발식 상장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주주 입장에선 핵심 사업을 여러 상장사로 분산시키면서 모회사(카카오)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상장사 5개, 비상장사 170개 등 총 175개로 전년 대비 194개에서 19개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다.
여기에 카카오X가 투자 회사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 인적분할 이후 지주사를 설립해 지주사(카카오X)→사업회사로 이어지는 또 한 번의 문어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카카오 인터넷 종목 토론방에선 "분할했을 때 장점이 뚜렷하지 않다", "내실 없이 기업 외형만 작게 만들면 오히려 사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AI로 돈을 벌면 회사를 나눌 이유가 없다", "'쪼개기'는 이제 그만"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은 향후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했다.
카카오AI와의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서도 "주제별로 논의할 수는 있으나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공동 조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며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양사의 사업 목적이 다른 만큼 독립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선 두 회사의 상장 이후 단기간에는 카카오AI 주가 흐름이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회사 역할을 하는 카카오X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향후 자회사 지분 및 자산가치 등으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AI는 기존 사업인 카카오톡·광고·커머스 등 현금창출 사업과 AI 사업 등 핵심 영업자산이 집중되고 복합기업 할인에서 벗어나는 만큼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X는 카카오AI와 달리 주가 할인율이 보다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지분 매각, 투자수익 실현, 배당 및 자사주 소각을 통한 순자산가치(NAV)의 주주 귀속 여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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