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베테랑 펀드매니저의 솔직한 투자 회고록

입력 2026-08-21 17:28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로 통하는 피터 린치는 “주식시장은 확신을 요구하며, 확신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희생된다”고 했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철저한 분석과 확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테랑 투자자일수록 분석에 확신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국 1세대 해외펀드 매니저인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는 신간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에서 20여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내렸던 투자 의사결정 사례를 풀어낸다. 다만 저자는 지면의 상당수를 자신의 투자 실패 경험을 서술하는 데 할애한다. 베테랑 펀드매니저의 영웅담보단 회고록에 가까운 책이다.

2011년 유로존 경제위기 당시 투자 실패담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2011년 유럽의 부채위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금·은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을 늘렸다. 이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면서 저자는 폭락장의 와중에도 수익을 거두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 자본시장이 유럽의 부채 문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저자는 수익을 되돌린 채 포지션을 정리하게 된다. 저자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겨냥한 베팅은 초반에 큰 수익을 안겨줬다”며 “그 수익은 과신을 낳았고, 그 과신은 매도 타이밍을 늦췄다”고 술회한다.

어떨 때는 ‘분석을 들고 버티는 체력’이 중요하기도 하다. 저자는 2010년대 초 애플 투자 실패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강조한다. 당시 저자는 스마트폰 1대당 높은 이익을 낸다는 점을 겨냥해 애플 투자비중을 대거 늘렸다. 하지만 이후 애플에 최고경영자(CEO) 교체, 아이폰5의 품질 논란 등이 겹치며 주가가 약 40% 급락하자 그는 애플의 포지션을 축소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투자 종목을 선별할 때 ‘해자’가 있는지 반드시 보게 됐다고 강조한다. 다만 언제든지 각 기업이 쌓아올렸던 해자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역설한다. 위기 초입에 주식을 다시 살 권리로서 현금 비중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진단도 담았다. 저자는 한국 증시가 구조적 재평가의 출발선에 있다고 보면서도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 낮은 주주환원율 등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빠져 있다는 쓴소리도 같이 덧붙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경제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세계 금융시장의 변곡점 때마다 저자가 내렸던 결정을 서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21세기 금융시장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심우일 기자 goodwi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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