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작업 성공 여부에 대한 검증부터 로봇 자체의 상태를 진단하는 이른바 ‘건강 모니터링’까지 소리와 진동으로 실시간 진단할 수 있습니다.”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수지 디플리 대표(38)는 "24시간 무인으로 가동되는 자동화 설비는 사람이 상시 점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디플리는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초음파, 진동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제품 불량이나 설비 이상을 찾아내는 ‘리슨AI’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모터·액추에이터·기어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와 이상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미세한 소리와 진동의 차이를 구분해 불량이나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이 같은 소리는 사람 귀로는 듣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유리 제조 공정에서는 유리 절단·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분석해 깨짐과 균열, 스크래치 등을 감지한다. 불량 제품이 후속 공정으로 넘어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유리는 불량 한 건으로도 공정에 따라 10억~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인 이 대표는 카이스트 전자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뇌파를 연구하다 2017년 디플리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에는 아기 울음소리를 분석하는 앱을 개발했다.
이후 다양한 소리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산업 현장의 소리가 설비와 제품의 상태를 진단하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해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 대표는 “소리를 다루는 회사인 만큼 음악에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있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 적용 사례도 늘고 있다. 효성전기 모터 생산 전체 라인에 도입돼 500만 건의 작동음을 학습했고, 99% 이상의 판별 정확도를 확보했다. 일부 모터 검사 사례에서는 검사 효율을 두 배 높이고 불량률을 82% 낮췄다.
이 대표는 "산업용 음향 AI 사업을 시작한 뒤 최근 2년간 매출이 6배 성장했다"며 "올해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 중심이던 적용 분야도 배터리·반도체·로봇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디플리는 20일 영국 파트너사 어쿠스틱 AI 시스템과 ‘리슨AI’ 영국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영국을 거점으로 유럽 제조업 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플리는 향후 로봇 분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 대표는 “로봇이 부품을 조립하는 순간 발생하는 음향·진동 신호를 분석해 조립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실시간으로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완성차 부품사 생산라인에서 로봇의 조립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검사하는 데서 나아가 로봇 설비 자체의 이상 여부까지 소리와 진동으로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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