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구에 헌신…쓰카모토 前교수 별세

입력 2026-08-21 18:02   수정 2026-08-22 00:33

평생을 한국어 연구와 한국 문학작품 번역에 헌신한 쓰카모토 이사오(塚本勳) 전 오사카외국어대 교수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2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쓰카모토 전 교수는 흡인성 폐렴으로 숨졌다. 1934년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던 오사카시 이쿠노구에서 태어난 그는, 교토대 언어학과에 입학해 일본어의 기원에 관심을 갖다가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일본에는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재나 사전이 거의 없었다. 그는 교토의 조선인 학교에서 강사로 일하며 한국어를 익히고 연구했다. 1963년 일본에서 두 번째로 오사카외국어대(현 오사카대 외국어학부)에 조선어학과가 개설되자 전임강사로 부임해 이후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대표적 업적은 1986년 발간된 ‘조선어 대사전’이다. 편찬에만 23년이 걸렸고 연인원 약 300명이 참여했다. 수록 단어는 22만개에 달했다. 당시 일본에는 한국어 대형 사전이 없었던 만큼 이후 한국어 연구와 교육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쓰카모토 전 교수는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데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 수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윤복이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책은 일본에서 장기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현지에서 영화화 되기도 했다. 시인 김지하의 작품도 일본어로 옮겼다.

1977년에는 오사카에 ‘이카이노 조선 도서자료실’을 개설했다. ‘이카이노’는 재일코리안이 많이 살던 오사카 지역의 옛 지명이다. 그는 이곳을 중심으로 지역 시민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과 한반도에 관한 자료를 제공했다.

평생 수집한 자료도 방대했다. 그가 오사카부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자료는 이후 ‘쓰카모토 문고’로 정리됐으며, 도서와 정기간행물 등 1만점이 넘는 자료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조선 관련 자료다.

한일 문화교류에도 깊이 관여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열린 궁중 만찬에 내빈으로 초청됐으며, 이를 계기로 미치코 황후에게 한국어의 역사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은퇴 이후에도 한국어 교육을 멈추지 않아 올해 봄까지 한국어 강좌를 열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쓰카모토 전 교수가 숨지기 하루 전인 19일에도 병상에서 “이번 달에도 한글 강좌를 열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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