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케첩 등을 제조하는 크래프트하인즈는 지난 10년 중 9년에 걸쳐 북미 판매량이 감소했다. 미국의 ‘국민 시리얼’ 업체 제너럴밀스는 2026회계연도 영업이익이 73% 급감했다. 유럽에선 네슬레가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당일 주가가 7% 가까이 떨어졌고, ‘립톤 아이스티’로 유명한 유니레버는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해 지난 3월 식품사업을 통째로 매각했다.
수익률도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주요 식음료 기업의 총주주수익률(TSR)은 2023년 이후 7%가량 낮아졌다.
한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의 지난 2분기 국내 식품 매출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30.3%, 32.7% 급감했다. 두 회사는 올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빅푸드가 고객을 뺏긴 상대는 PB다. 고물가로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가 대형 유통업체들이 싼값에 내놓은 PB 제품을 구매해서다. 크래프트하인즈의 대표 상품 맥앤드치즈는 월마트닷컴에서 한 상자에 1달러인데 월마트 PB 상품은 64센트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식료품의 4분의 1, 유럽 주요 6개국에선 절반 이상이 PB 제품이었다.
한국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매대를 놓고 다른 식품회사와 싸웠는데 이제는 매대를 쥔 유통사 PB와 정면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올라간 원재료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는 PB로 직행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신흥 식료품 브랜드가 치고 올라온다. 고단백 팬케이크, 무항생제 닭고기 등 더 건강하고 개성 있는 ‘프리미엄’을 내세운 신생 업체로 여유 있는 소비자가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2% 늘어난 소비재 판매액의 36%는 이들 신흥 브랜드가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고물가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비만 치료제 열풍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가공식품을 찾는 발길이 줄고 있어서다. 활로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의 알렉시아 하워드 애널리스트는 “제품을 제대로 혁신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많은 돈이 드는데 상당수 식품기업은 부채가 많고 배당성향도 지속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빅푸드의 부진이 국내 식품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래된 식품 대기업도 해외에선 기존 시장 질서를 흔드는 신선한 브랜드로 주목을 끌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매운맛을 앞세워 글로벌 신흥 브랜드로 떠오른 ‘불닭’이다. 불닭볶음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의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84%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60년 넘은 기업이지만 해외에선 ‘아시아의 매운맛 루키’”라며 “독창적인 맛과 가격대로 공략하면 다른 식품회사도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고은이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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