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이 약 200억달러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캐나다가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양국의 관세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P·AFP통신 등 외신은 21일(현지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캐나다가 이번 주 초 합의된 조건에 따라 무역협정을 최종 타결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양국은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관세 부과 시한을 사흘 연장하고 막판 협상을 이어왔지만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 0시를 기해 약 200억달러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다. 대상 품목은 일부 유제품과 맥주·와인 등 주류, 하키용품,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등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들 품목의 연간 수입액이 전체 캐나다산 수입액의 약 5%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관세 부과 근거로는 1930년 제정된 미국 관세법 338조를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상업 활동을 차별하는 국가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은 캐나다에 미국 시장의 주요 수출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내놓고 기존 약속을 번복하면서 지난 며칠간 신중히 마련한 균형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인 미국과 협력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캐나다가 문제 삼아 온 철강·알루미늄 등 제품 관세를 상당 폭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캐나다가 이를 거부했다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캐나다에 돌린 것이다.
이번 새 관세 부과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캐나다 주요 산업을 겨냥한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가 자동차·주류·유제품 산업에서 무역 차별을 하고 있다며 일부 캐나다산 수입품에 추가로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양국 협상단은 지난 몇 주간 강도 높은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협상 결렬 후 성명에서 "오늘 저녁 나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캐나다 협상단에게 오타와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또 "캐나다는 우리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관세에 미국이 상응하는 값을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막판 제안 조건은 불공정하고 비경제적이었으며 어떤 합의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반발했다.
카니 총리가 새로 부과된 관세에 '달러 대 달러'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관세 부과 자체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의 맞대응이 이어질 경우 북미 무역 질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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