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 받고 끝"…경찰 ‘전경예우’ 신고제 7년간 후속조치 0건

입력 2026-08-23 07:24  

"신고만 받고 끝"…경찰 ‘전경예우’ 신고제 7년간 후속조치 0건


경찰이 퇴직 경찰관과 현직 경찰관의 부적절한 사적 접촉을 막기 위해 만든 신고제가 7년간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수는 누적 149건이었지만 경찰은 별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출범한 '사적접촉 신고센터'에 신고된 직무 관련 퇴직 경찰관과의 접촉 건수는 올해 7월까지 149건이었다.

사적접촉 신고센터는 퇴직 후 3년 이내 법조계에 재취업한 퇴직 경찰관과 현직 경찰관의 사적 접촉을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전관예우와 수사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의2 '수사·단속 업무의 공정성 강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신고 건수는 2019년 2건, 2020년 3건, 2021년 42건, 2022년 21건, 2023년 12건, 2024년 27건이었다. 지난해에는 29건, 올해는 7월까지 13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신고 이후다. 경찰청은 신고된 건에 대한 후속 조치를 묻는 박 의원실 질의에 "신고된 건에 대해 별도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신고 내용 검증이나 책임 추궁, 징계 절차로 이어진 사례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기존 제도는 접촉 사실을 사후 신고해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이었다. 신고 자체가 곧바로 조사나 징계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도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로 수사관에게 경각심을 주고 부적절한 접촉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신고 건수도 실제 접촉 실태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 경찰관이 과거 상급자나 동료였던 경우가 많아 현직 경찰관이 만남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사부서 출신 퇴직 경찰관의 로펌행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수사부서 출신 퇴직 경찰관의 법무법인 재취업 심사 신청은 2022년 25명, 2023년 31명, 2024년 10명, 2025년 10명이었다. 올해는 7월까지 4명이 신청했다.

오는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로펌의 경찰 출신 인력 영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수사팀장 등 경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했다고 홍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제한되고 경찰의 수사 책임이 커지면서 퇴직 경찰관의 인적 네트워크 활용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이 검찰의 전관예우 관행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퇴직 경찰관이 사건에 개입하거나 수사 정보를 접할 가능성을 차단할 내부 통제 장치가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섰다. 그동안 지침으로 규정했던 사적접촉 금지 대상을 명문화하고 직무상 필요한 접촉의 장소와 방법 기준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사적접촉 금지의무 위반을 별도 비위 유형으로 신설해 징계 기준도 마련한다. 사건문의 금지 원칙을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문화하고 적용 대상을 전·현직 경찰관에서 미선임 변호사와 사무장 등 외부인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상웅 의원은 "사적접촉 신고제도를 만들어 놓고 7년간 단 한 건의 후속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제도를 방치한 것"이라며 "경찰이 '전경예우'를 답습한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퇴직 경찰관의 부당한 사건 개입과 유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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