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자마자 품절 대란…'7만원짜리 장바구니' 대체 뭐길래

입력 2026-08-23 08:16   수정 2026-08-23 08:39


마트 장바구니가 여행 기념품이 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 에레혼(EREWHON)에서 파는 50달러짜리 에코백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다. 원화로 약 7만원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은 마트 로고가 박힌 가방과 의류, 텀블러 등에 지갑을 열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레혼은 최근 LA를 찾는 여행객 사이에서 '굿즈 맛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에레혼은 유기농·자연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고급 슈퍼마켓이다. 헤일리 비버 등 유명인과 협업한 스무디와 고가 건강식 제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인기는 식료품에 그치지 않는다. 에레혼 로고가 들어간 에코백, 텀블러, 양말, 모자, 후드티 등이 LA 여행 기념품처럼 소비되고 있다. 매장에서 쓰는 종이 쇼핑백과 비슷한 디자인의 워셔블 크라프트백은 36달러에 팔린다. 로고가 크게 박힌 캔버스 쇼퍼백 가격은 50달러다. 양말 한 켤레는 36달러, 모자는 75~95달러, 후드티는 170달러 수준이다.

미국 마트 굿즈 열풍은 에레혼만의 현상은 아니다.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에코백은 이미 미국 여행객의 단골 구매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명과 로고를 활용한 디자인, 비교적 낮은 가격, 현지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이 맞물리면서다.

2.99달러짜리 미니 캔버스 토트백은 출시 때마다 품절 사태를 빚었다. 지난해 한정판 제품 판매 당시 일부 매장 앞에는 개점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매장별 구매 수량 제한도 이뤄졌다.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는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굿즈 마케팅은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달라진 점은 굿즈의 위상이다. 과거 굿즈가 사은품이나 판촉물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직접 돈을 내고 사는 상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을 보러 갔다가 에코백을 사는 게 아니라, 에코백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식이다.

국내 유통업계도 자체 기획상품(MD)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올리브영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가방, 파우치 등 관련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증정하는 대형 타포린백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올리브영 쇼핑을 보여주는 일종의 인증 아이템처럼 쓰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올리브영 타포린백을 든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백화점들도 자체 굿즈를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프리미엄 식료품점 트웰브(TWELVE)는 로고를 새긴 페이퍼백과 캔버스 쇼퍼백 등을 판매한다. 하우스오브신세계 기프트숍에서는 자체 디자인에 한국적 감성을 더한 가방, 보자기, 참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서 자체 기념품숍 ‘더현대 프레젠트’를 운영한다. 더현대 서울의 디자인을 활용한 에코백, 우산, 여행 소품과 현대백화점 캐릭터 흰디를 활용한 문구류·리빙 용품 등을 판매한다. 더현대 서울의 대표 공간인 사운즈 포레스트의 향을 구현한 디퓨저와 캔들도 상품화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굿즈는 매장 경험을 상품으로 바꾸는 수단이다. 에코백이나 텀블러처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제품은 소비자가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브랜드 노출 효과를 낸다. 화제가 된 굿즈는 신규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소비자 인식도 바뀌고 있다. 마트와 백화점 로고가 더 이상 단순한 상호 표시가 아니라 취향을 드러내는 장치로 소비되고 있다. 어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어느 백화점을 찾았는지가 하나의 생활양식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유통업체 로고에도 값이 붙기 시작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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