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완성차 업체 등 제조사들이 기존 자동차 공장을 무기 생산 시설로 전환하고 있다. 자동차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지만 방산 산업은 수요가 급증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란 및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탄약·미사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오스나브뤼크 공장에서 아이언돔 미사일을 운반하는 대형 트럭과 발사대, 발전기 등 여러 부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요격미사일 자체는 이곳에서 만들지 않는다. 라파엘은 전문 취급시설이 필요한 미사일 생산을 위해 독일 내 별도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기존 공장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신규 투자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기존 독일 제조업 기반에 이미 검증된 방산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라며 “노동자들이 무기 생산 전환에 동의할 경우 12~18개월 안에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이 방산 분야에 처음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 자회사인 ‘MAN’은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과 합작해 군용 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라파엘과의 협력은 폭스바겐이 무기체계 생산에 본격적으로 복귀하는 상징성이 큰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폭스바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을 위해 군용차량과 ‘V1 로켓’을 생산한 전력도 있다.
독일 다임러트럭도 군용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6월 회사 측은 군용차 개발·생산과 해외 판매 확대에 수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매출을 2028년까지 10억 유로(약 8500억원)로 두 배 늘리기로 하면서 2030년으로 잡아놨던 기존 목표도 2년 앞당겼다. 미국의 관세 장벽과 북미 시장의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방산을 새 성장축으로 내세운 것이다. 카린 로드스트룀 다임러트럭 CEO는 “방산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사업보다 성장 속도도 높다”면서 “다임러트럭은 소량 생산에 익숙한 전통 방산업체보다 대규모 양산체제를 더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독일·프랑스 합작 방산업체인 KNDS는 지난해 독일 동부 괴를리츠의 옛 알스톰 철도차량 공장을 인수해 레오파르트2 전차, 푸마 보병전투차, 복서 차륜형 장갑차 등 군용차의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철도차량을 만들던 금속가공·용접 인력과 대형 설비를 군용차량 생산에 활용한 것이다. 6월 현재 7만㎡ 규모 생산공간의 절반 이상이 군수용으로 전환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비해 신규 무기공장 건설이 늘어났고,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자동차 공장까지 활용되고 있는 점도 있다. 유럽 각국은 미국의 지원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면서 동시에 자체 재고도 다시 채워야 하는 형편이다. FT는 “이런 변화가 단기적인 주문 증가를 넘어 유럽 방위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과 헝가리 국영 방산업체 N7홀딩이 헝가리 서부 바르팔로타에 구축한 ‘탄약·폭발물 생산기지’가 대표적이다. 첫 공장은 2024년 7월 완공되고, 이곳에서 라인메탈 KF41 링스 보병전투차용 30㎜ 탄약을 생산하고 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 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유럽의 연간 탄약 생산능력이 30만발에서 올해 말 약 200만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메탈은 연간 155㎜ 포탄 생산능력을 2022년 7만발에서 2027년 110만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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