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이 지난 6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센터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서남권센터를 출범하며 비수도권 법률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지역 법률시장의 중심이던 송무를 넘어 조선·방산·해운사와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등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겨냥한 전략이다.
임성택 지평 대표변호사 겸 부울경센터 공동센터장은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은 해양 수도이고 부울경은 국내 제조업의 미래를 담당하는 지역인 만큼 하나의 법률서비스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며 “인수합병(M&A)이나 가업승계, 국제분쟁 같은 문제도 기업이 서울에 올라가지 않고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울경센터가 주목하는 것은 지역에 밀집한 제조·수출기업이다. 부산의 해운, 울산의 조선·자동차, 경남의 방산·항공우주 기업을 상대로 M&A와 중대재해는 물론 수출통제·국제분쟁에도 서울 본사의 전문인력을 연결한다. 부산 사무소에는 현재 13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임 대표는 “지금은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항공우주와 조선, 자동차, 방위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부울경에 몰려 있다”며 “지역 산업의 성장에 맞춰 법률 수요에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8년 3월 개원 예정인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도 새로운 시장이다. 해상사고와 선박금융·보험뿐 아니라 국제계약·중재·상사분쟁 수요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임 대표는 “지역 변호사들과 경쟁해 시장을 잠식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부산의 접근성과 서울 본사의 해상·국제분쟁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남권센터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염두에 뒀다. 호남 지역에서 추진되는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투자를 겨냥한다. 기후·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등 관련 분야 변호사 10여 명을 기반으로 개별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조합해 투입하는 방식이다. 사봉관 서남권센터장은 “반도체 팹이나 AI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인허가, 전력·용수, 자금조달, 기술 보호, 노동·안전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며 “분야별 전문인력을 프로젝트 단위로 결합해야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훈 서남권센터 부센터장은 전력·용수 문제를 새로운 법률 수요로 꼽았다. 그는 “광주 군 공항 부지 등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부지 조성뿐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공급할지가 핵심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평은 두 센터를 단순한 지역사무소 확대와 구분한다. 부울경에서는 조선·방산·해운사, 서남권에서는 반도체·AI·에너지라는 지역 산업을 중심으로 서울 본사의 전문인력을 결합해 대형 프로젝트 자문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