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했던 소방관도 희생자"…이태원 참사 희생자 162명으로

입력 2026-08-25 16:19  

"구조했던 소방관도 희생자"…이태원 참사 희생자 162명으로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다 숨진 소방관 2명이 참사 희생자로 인정됐다. 참사 희생자는 162명으로 늘었다.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25일 제64차 위원회를 열고 소방관 남모씨와 박모씨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 2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각각 161번째, 162번째 희생자로 인정됐다.

특조위는 보고서에서 두 사람의 죽음을 "심각한 외상성 정신적 피해를 입고, 이후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지 못해 자해로 사망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참사 당시 경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됐다는 판단이다.

특조위는 지난 4월 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두 소방관이 참사 당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이후 심리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사망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과가 있었는지 등을 살폈다.

용산소방서 소속이던 남씨는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에 참여했고 시신 이송 업무도 맡았다. 그는 참사 이후 PTSD와 불면증을 겪었고 지난해 6월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택에서 숨졌다.

조사 결과 남씨는 참사 이후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대인기피, 우울, 불안, 불면 증상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도 받았다. 특조위는 남씨 유가족의 재심 신청으로 순직유족급여 지급이 최근 승인됐다고 밝혔다.

인천 미추홀소방서 소속 구급대원이던 박씨도 참사 현장에서 사망자와 경증 환자를 분류하고 이송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외출한 뒤 귀가하지 않았고 10여일 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박씨는 참사 이후 수면장애와 우울감을 겪었고 말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환청을 듣는 등 불안 장애도 겪었다. 우울증 치료제와 수면 보조제 등을 복용했고 10여 차례 심리상담도 받았다.

특조위는 두 사람이 참사 이후 충분한 치료와 심리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봤다. 구조 활동을 마친 뒤에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고통이 이어졌다는 점이 공식 조사로 확인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참사 당시 용산구 재난안전상황실 초기 대응에 대한 중간보고도 이뤄졌다. 특조위는 지난 3월 청문회 이후 박희영 전 용산구청장과 당시 당직근무자 등을 추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용산구청은 야간과 공휴일 재난상황 접수, 보고, 전파 업무를 일반 당직근무자에게 맡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매뉴얼도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당일 당직근무자 2명이 용산경찰서 관계자 요청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돼 약 2시간20분 동안 당직실을 비운 사실도 확인됐다.

특조위는 이런 재난상황 관리체계 문제로 압사 사고 보고와 전파,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지연됐다고 봤다. 향후 용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등 남은 의혹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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