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뉴 페이스'에 카카오 미래 맡긴 김범수

입력 2026-08-23 17:48   수정 2026-08-24 01:01

“도대체 김도영 대표가 누구야?”

지난 21일 오전 10시 카카오 판교 사옥. 긴급 타운홀미팅에 모여든 카카오 직원들 표정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카카오를 사업회사 ‘카카오AI’와 투자회사 ‘카카오X’로 분할한다는 소식도 놀라웠지만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 발표에 좌중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이날 직원 단체 카톡방에선 김 대표 이력과 성향을 묻는 메시지가 불난 듯이 오갔다고 한다.

그만큼 김 대표는 카카오 내부에서도 유명하지 않은 편이다. 주력 계열사 대표가 아닌 데다 카카오에 몸담은 지 1년5개월밖에 되지 않아서다. 1975년생인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카카오의 투자 전문 계열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카카오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삼성SDS 선임컨설턴트(2001~2004년), 삼성증권 IB본부 이사(2007~2022년)를 거친 ‘삼성맨’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2024년부터 2년간 쇄신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투자 전문가인 김 대표가 움직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김 대표에게 카카오 본업(카카오AI)보다 큰 조직을 맡겼으니 의외라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올 만도 했다.

카카오X를 ‘뉴 페이스’에게 맡긴 것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결단으로 전해졌다. 이번 기업 분할은 카카오로선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기업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도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계열사(뱅크·페이·엔터테인먼트 등)를 총괄하며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카카오X는 이번 구조 개편의 핵심 축이다. 분할 비율도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X가 0.64로 카카오AI(0.36)보다 높다. 그런 회사의 신임 대표로 이미 알려진 ‘측근형’ 인사가 선임됐다면 출범도 하기 전에 내외부의 기대는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12월 카카오는 경영진 모럴해저드 논란에 사법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쇄신을 다짐한 김 창업자는 가장 먼저 카카오의 상징과도 같던 ‘자율 경영’ 원칙을 철폐했다. 계열사(국내 기준)는 2023년 말 138개에서 이달 86개로 크게 줄였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헬스케어, 다음(AXZ)을 매각했다. 회사가 비대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을 스스로 인정하고 손본 것이다.

일각에선 인적분할 발표 당일 카카오 주가가 급락(-7.49%)했다는 이유로 벌써 실패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2년여간 쇄신 끝에 다시 일어서려는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의 도전을 하루 만에 평가할 수는 없다.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김 창업자의 승부수가 이번엔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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