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미토모창고는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해 일본 고베항 등에서 오만 살랄라항까지 화물을 해상 운송한 뒤 육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동부까지 옮기는 새로운 물류 루트를 상용화했다.
일본 나프타 수입의 약 40%를 담당하는 마루베니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오모토 마사유키 사장은 “공급망 유지가 우선”이라며 당장의 수익보다 물량 확보를 앞세웠다.
미국산 물량이 글로벌 자원 메이저에 선점된 상황에서 세계 각지의 거래망을 활용해 페루와 인도에서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냈다. 납품은 일부 늦어졌지만 원료 공급 자체가 중단되는 상황은 피했다. 에너지 자급률이 약 15%에 불과한 일본에서 종합상사가 원자재 공급의 비상망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5대 상사는 최근 5년 동안 합계 기준 매년 3조엔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 버핏의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 벅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역시 일본 상사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 특유의 사업 구조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라면에서 미사일까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업 영역이 넓다. 에너지와 광물, 식품, 기계뿐 아니라 유통, 전력, 부동산, 방위산업까지 하나의 회사가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사업을 벌인다.
하지만 제조업체의 해외 네트워크가 강해지고 인터넷 거래가 확산한 1990년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굳이 중간에 상사를 둘 이유가 있느냐는 ‘상사 무용론’이 잊을 만하면 나왔다. 수많은 사업을 한 회사가 거느리는 구조도 투자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약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상사들은 무역 중개에서 투자로 중심축을 옮겼다. 광산과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고 기업을 인수했으며 소비자와 맞닿는 유통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동시에 성장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사업은 과감하게 처분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상사가 2024년 호주 원료탄 사업 일부를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상사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통상 무기로 활용하는 등 국가 간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원료를 싸게 매입해 수익성 높은 시장에 판매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 물건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기업과 국가 모두의 과제가 됐다. 독일에서는 BMW 등 제조업체가 자국 정부에 일본 종합상사의 사업 방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도 1970년대 일본을 참고해 종합무역상사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 LG상사 등이 세계 곳곳에 지사를 설치하고 수출 전선에 나섰다. 지금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일본처럼 세계 각지의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자산을 사고파는 ‘포트폴리오 매니저’ 형태의 독립적인 종합상사는 사실상 명맥을 잇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차이는 제조 대기업의 성장 속도였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같은 제조기업이 급성장하며 해외 판매와 조달 기능을 빠르게 내부화했다. 세계 각국에 현지법인과 영업망을 구축하고 원료를 조달하기 때문에 상사를 거칠 필요성이 낮았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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