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통로' 스팩마저 꽁꽁…상장·합병 모두 가뭄

입력 2026-08-23 18:29   수정 2026-08-24 09:13

'우회상장 통로' 스팩마저 꽁꽁…상장·합병 모두 가뭄

마켓인사이트 8월 23일 오후 4시 38분

벤처·중소기업의 대체 상장 경로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시장마저 바짝 말라붙었다. 신규 스팩 결성과 기존 스팩의 기업 합병 모두 부진해 상장 통로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하는 스팩은 20개 미만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신규 상장을 마친 스팩은 9개,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받고 있거나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스팩은 8개다. 연간 신규 상장한 스팩이 20개 미만에 그치는 것은 2020년(19개) 후 6년 만이다.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합병) 역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스팩 합병을 최종 완료한 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 거래소 심사를 받고 있는 5곳이 연내 모두 상장하더라도 총 10건에 그친다. 이는 스팩 합병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스팩은 공모로 자금을 모은 뒤 비상장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다. 일반 상장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공모 자금을 확정한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벤처·중소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됐다.

스팩 시장이 위축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규정 강화와 거래소의 엄격해진 합병 심사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 미만으로 엄격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예상 시총 규모가 작은 기업이 주로 활용하던 스팩 시장이 직격타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의 주가가 상장 이후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는 현상이 지속되며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커졌다. 부실기업이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사 잣대가 한층 까다로워진 점 역시 합병 지연과 철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얼어붙자 대형 증권사는 스팩 발행과 합병 주관에서 점차 힘을 빼는 분위기다. 스팩 전문 자산운용사들은 거래소의 심사 지연과 상장 후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자 스팩 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대체 투자처 발굴에 나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합병 성공률이 떨어지고 자금이 장기간 묶이면서 스팩 투자를 유지할 유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석철/남준우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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