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간 수수료 0원"…미래에셋, 디지털X에 승부수

입력 2026-08-23 21:03   수정 2026-08-23 21:15



미래에셋그룹이 최근 인수한 가상자산거래소 디지털엑스(옛 코빗)가 앞으로 1년간 고객의 거래 수수료를 전면 면제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업비트와 빗썸에 맞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유동성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디지털엑스는 내년 1분기까지 외부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년 간 거래 수수료 '0' 승부수
23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엑스는 24일 오전부터 1년간 모든 거래 수수료를 면제할 예정이다. 디지털엑스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만큼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지털자산 투자자들을 위한 결정”이라며 “가상자산 시장의 격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엑스는 메이커 주문에 0%, 테이커 주문에 0.2%를 적용하는 ‘무료 플랜’과 메이커·테이커에 각각 0.1%를 부과하는 ‘기본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기존에도 무료였던 일부 메이커 주문뿐 아니라 즉시 체결되는 테이커 주문까지 수수료가 사라진다.

경쟁 거래소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뚜렷하다. 업비트의 원화마켓 거래 수수료는 0.05%다. 빗썸은 수수료 쿠폰을 적용하면 메이커와 테이커 모두 0.04%다. 코인원 역시 바우처 적용 시 0.04%이고 USDT 메이커 거래에만 0%를 적용한다. 한 투자자가 한 달간 매수·매도를 합쳐 10억원을 거래한다면 업비트에서는 약 50만원, 빗썸과 코인원에서는 약 4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디지털엑스에서는 같은 거래를 1년간 무료로 할 수 있다.
수수료 포기하고 '유동성' 산다
미래에셋이 수수료 수입을 포기한 것은 디지털엑스의 최대 약점인 거래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산정한 지난해 국내 원화거래소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 69%, 빗썸 28%, 코인원 2%, 코빗 0.5%, 고팍스 0.1%였다. 업비트와 빗썸의 합산 점유율이 97%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도 양강 구도는 이어졌다. 지난 6월 두 거래소의 합산 점유율은 96.19%였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거래자가 많을수록 호가가 두꺼워지고 매수·매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가 좁아진다. 유동성이 늘면 더 많은 투자자가 몰리는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 반대로 점유율이 낮은 거래소는 수수료를 낮춰도 체결 가격과 유동성에서 밀려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은 이 악순환을 ‘수수료 제로’ 정책으로 끊겠다는 전략이다.

코인마켓캡이 집계한 코빗의 최근 24시간 현물 거래대금은 약 152억원이다. 이 수준이 1년간 유지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간 거래대금은 약 5조5000억원이다. 기존 기본 수수료율 0.1%를 적용하면 약 55억원의 수수료에 해당한다. 무료화 이후 거래량이 두 배로 늘면 약 110억원, 다섯 배로 증가하면 270억원이 넘는 잠재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는 셈이다. 실제 수수료 수입은 이용자의 요금제와 메이커·테이커 주문 비중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디지털엑스의 지난해 매출이 97억6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디지털엑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154억원이었다. 단기 손익보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컨설팅으로부터 유입되는 증자 규모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면제에 고객 움직일까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수수료 정책에 따라 거래량이 단기간 크게 움직인 전례가 있다. 빗썸은 지난 2월 모든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1주일간 면제한 뒤 시장점유율이 30%대로 뛰었다. 당시 업비트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지면서 무료 수수료가 투자자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시기 코빗도 USDC 관련 거래 이벤트를 벌인 뒤 하루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이 6일 1.4%에서 9일 11.4%까지 치솟았다. 다만 당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등 다른 변수가 겹친 만큼 수수료 정책만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정책은 무료 기간이 1년이라는 점에서 과거 단기 이벤트와 다르다. 수일 또는 수주짜리 행사는 혜택을 노린 단기 거래자를 끌어들여도 이벤트가 끝나면 거래량이 다시 빠질 가능성이 크다. 1년 동안 거래비용을 없애면 투자자가 주거래 거래소 자체를 옮길 유인이 커진다.

특히 거래가 잦은 고액 투자자와 알고리즘·API 거래 투자자에게 수수료 차이는 상당하다. 거래대금이 커질수록 0.04~0.05%포인트의 차이도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디지털엑스로 이동하면 거래량뿐 아니라 호가 깊이가 개선돼 일반 투자자의 체결 비용까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수수료가 ‘0원’이라고 고객이 자동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의 실질 거래 비용에는 수수료뿐 아니라 매수·매도 호가 차이와 슬리피지도 포함된다. 유동성이 풍부한 거래소에서 0.05%의 수수료를 내는 것이 호가가 얇은 거래소에서 무료로 거래하는 것보다 실제 비용이 낮을 수도 있다. 디지털엑스가 무료 정책을 시장점유율 확대로 연결하려면 거래량과 함께 호가 깊이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내년부터 이익"…수천억원 추가 증자도
미래에셋그룹은 디지털엑스에 추가 자금도 투입한다. 디지털엑스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007만8614주를 주당 4961원에 신규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조달액은 약 500억원이다. 신주는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전량 인수한다. 납입일은 오는 27일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의 현재 디지털엑스 지분율은 97.15%다.

500억원 증자 이후에도 대규모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디지털엑스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전략적 투자자 3~4곳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면가로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기업가치를 반영한 시가 발행 방식으로 외부 기관 투자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기관들의 투자 수요가 상당히 많다”며 “이익이 나면 증자하는 것이고, 이 말은 내년부터 이익을 낼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디지털엑스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현재까지 약 1414억원이다. 여기에 500억원 규모 증자와 향후 2000억~3000억원의 외부 자본 확충까지 현실화하면 디지털엑스를 둘러싼 투자 규모는 단기간에 크게 불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이 시장점유율 0.5%의 디지털엑스를 단순한 가상자산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키우려는 것"이라며 "코인 업계에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