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명절 대목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에서도 소비 양극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수백만원대 프리미엄 세트부터 실속형 저가 상품까지 다채로운 가격대의 선물세트가 출시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요 유통 채널들은 추석 선물세트 경쟁에 돌입했다. 3000만원대 로봇과 1000만원에 달하는 와인부터 1만원 이하 선물세트까지 다채로운 품목을 선보이는 한편 사전 예약 시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마트 추석 선물세트 매출 중 사전 예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61.6%, 2025년 72.6%를 기록했다. '일찍 구매할수록 혜택이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마트는 사전 예약 기간을 늘려 여유롭게 선물세트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품권 증정 등의 혜택이 가장 큰 1차 기간(8월 6일~9월 4일, 30일간)은 전년(2025년 8월 18일~9월 12일, 26일간) 대비 4일 확대했다.
이마트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속과 품질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선물세트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인기 품목의 가격 안정과 물량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차별화된 선물세트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사과·배 사전 예약 인기 세트 상품 물량을 전년 추석 대비 최대 40% 늘렸고, 축산 세트는 안정적인 원물 확보와 이마트 미트센터의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명절 고기 물가 안정에 나선다.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과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같은 기간 사전 예약 프로모션을 진행해 이마트와 동일하게 행사 카드 결제 또는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구매 금액대별 신세계상품권을 최대 600만원 증정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추석보다 사전 예약 판매 품목을 늘리고 할인율을 높여 수요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사전 예약 판매 품목은 총 370여종으로 지난해보다 품목 수를 25% 늘렸다. 과일·곶감 등 농산 84품목, 한우 등 축산 35품목, 굴비·갈치·전복 등 수산 33품목, 전통장·육포 등 한식 80품목, 건강·차 45품목, 와인·주류 28품목, 올리브오일 등 그로서리 50품목을 준비했다.
주요 품목 할인율로는 명절 최고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한우가 5~10%, 굴비 20~30%, 청과 10~25%, 건강식품 최대 65%, 와인 최대 28%, 디저트 10%다.
특히 축산에서는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해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부담을 낮췄다. 대표 상품으로는 신세계 암소 한우 더 프라임 스테이크(66만원), 신세계 암소 한우 다복(27만원)이 있으며, 고급형 구이 상품인 신세계 암소 한우 더 프라임 미식 스페셜(49만원)과 실속형 구이 상품인 신세계 암소 한우 미식 실속(21만원)도 새롭게 선보인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9월 24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판매 기간 동안 한우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10% 늘린 12만세트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명절 간소화 트렌드와 높아진 프리미엄 미식 수요를 겨냥해 소포장 상품인 '소담 세트' 라인업을 확대하고, 1++등급 최상급 한우와 특수부위를 200g 단위로 소분한 프리미엄 신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프리미엄 상품을 작은 용량으로 담아내 최상급 품질은 유지하되 가격은 낮췄다.
현대백화점 측은 "전체 한우 선물세트 매출에서 소담 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5%에서 2025년 34%로 늘었으며, 올해는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올 추석 처음으로 1++등급 최상급 한우로 구성된 명품 한우 선물세트를 기존 450g 단위에서 200g 단위로 소포장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호주 와규협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프리미엄 순혈 와규 '시로킨 와규'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시로킨 와규'는 450일 이상 곡물 비육을 통해 눈처럼 녹아내리는 마블링이 특징으로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시로킨 와규 추석 선물세트로는 등심, 부채살, 치마살, 갈빗살, 살치살, 본갈빗살 등으로 구성된 '시로킨 와규 오마카세'(1.8kg, 38만원), 등심, 부채살, 치마살, 갈빗살 등을 담은 '시로킨 와규 명품'(1.2kg, 27만원) 등이 준비됐다.
갤러리아백화점은 희소 식재료를 한데 구성한 '갤러리아 프리미엄 오색진미 세트'를 추석 선물세트로 내세웠다. 홋카이도산 성게알(우니)과 한우, 레드샤인머스캣, 캐비어, 유기농 올리브오일 등 다섯 가지 고급 식재료로 구성했다. 이외에도 자연송이와 프리미엄 청과, 수산물, 자회사 비노갤러리아의 독점 와인 등 다양한 명절 선물을 마련했다.

편의점은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가성비 상품부터 초고가 AI 로봇까지 다채로운 품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추석 명절 매출이 17% 늘어난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추석 선물 매출 데이터 분석 결과 스테디셀러인 신선·가공식품 선물세트 외에도 위스키, 전통주 등 특화 주류 상품과 두유, 홍삼 등 건강 관련 식품, 화장품 선물세트, 맛집 협업 상품 등이 강세를 보였다"며 "이번 추석에는 명절 선물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와 트렌드세터를 겨냥한 특화 상품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헬로키티 IP(지식재산)를 활용한 단독 굿즈 기획전 '땡스세븐데이'를 선보이고, '스몰 럭셔리' 소비 패턴 정착에 따라 롯데호텔앤리조트와의 협업을 통해 호텔 미식 경험도 추석 선물세트로 판매한다. '롯데호텔 골드 초콜릿 케이크'는 롯데호텔 베이커리 '델리카한스'의 시그니처 레시피를 활용했으며, '롯데호텔 뉴욕 치즈케이크'는 롯데뉴욕팰리스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100%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와 프랑스산 이즈니 버터를 사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완성했다. 케이크 외에도 40년 전통의 롯데호텔 서울 한식당 '무궁화'의 노하우를 담은 프리미엄 김치와 고기 선물세트도 판매한다.
여기에 지난해에도 인기를 얻었던 '삼원가든', '강강술래', '사미헌' 등 갈비 맛집의 육류 상품을 선보이며, 한국금거래소의 품질 보증을 받은 골드바와 실버바, 행운의 열쇠, 돌반지 등도 선보이고 있다.
GS25는 최근 일상 속 편의성을 높여주는 스마트 기기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스마트워치, 음식물처리기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얼굴 표정과 음성 톤, 몸짓, 맥락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감정을 인식하고 다양한 동작과 음성으로 반응하는 '소셜로봇 리쿠(550만원)'를 비롯해 바둑을 둘 수 있는 '센스로봇 고(158만원)', AI 대화가 가능한 로봇 키링 '에일리코(11만원)' 등을 준비했다. 러닝과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가민 스마트워치'를 선보이고, 명절 음식 준비 후 남은 음식물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미닉스 MAX 음식물처리기'도 마련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폭넓게 구성했다.
또한 총 15종의 골드·실버 상품을 선보이며 투자 자산을 넘어 소장 가치와 의미를 담은 이색 선물 수요까지 잡는다는 계획이다. 안중근 의사의 수인(手印)과 초상을 담은 '안중근 의사 금메달 3.1g(110만원)'을 비롯해 이중섭 작가의 은지화를 담은 '이중섭 은지화 은메달 20g(29만7000원)', '이중섭 흰소 동메달 350g(19만8000원)', 보물로 지정된 데니 태극기를 담은 '데니 태극기 카드형 금메달(5만원)' 등을 선보인다. 화투의 삼광과 팔광을 디자인한 '삼팔광땡 카드형 금메달(6만6000원)'도 준비했다.
와인 역시 최고급 프리미엄 상품부터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가성비 상품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5대 샤또 2016 빈티지 세트(949만9000원)', '샤또 무똥 로칠드(149만9000원)' 등 프리미엄 와인을 비롯해 '이태리 카를로사니 아이콘 2입 세트(3만5000원)', '프랑스 보르도 슈페리어 2입 세트(2만5000원)', '알타감마 2입 세트(1만2900원)' 등 GS25 단독 차별화 상품을 선보인다.
CU는 건강과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웰니스 관련 상품을 대폭 강화했다. '안마의자(270만원)', '리클라이너(168만원)'와 소형 마사지 기기 10종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최신 기술을 활용한 이색 상품인 로봇 6종도 선보인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이족보행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3100만원)'과 스마트 반려견 로봇(399만원), AI 바둑 로봇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더불어 포켓몬 추석 선물세트도 마련해 '피카츄 사과세트(2만9800원)' 등 과일·음료 세트 3종을 비롯해 '포켓몬 캡슐 뽑기 머신(6만5000원)'을 포함한 완구 9종을 선보인다. 또한 '잠만보 텐트 패키지(14만9000원)' 등 캠핑용품 3종과 '피카츄와 친구들 골프공 12구(4만1500원)'를 포함한 골프용품 5종 등 총 20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인공지능(AI) 투자 정보 플랫폼 에픽AI 코파일럿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명절 사전 예약 매출은 지난해 추석 기준 약 95%, 올해 설 기준 약 120% 증가하며 연이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서 사전 예약 비중이 70%에 달했다고 밝혀 명절 선물세트 수요가 사전 예약으로 대거 선반영되는 구조임이 확인됐다.
사전 예약 확대 전략은 유통업체 입장에서 할인을 통해 소비자 조기 구매를 유도하는 동시에 사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판매 물량을 조절해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열흘 이상 앞당겨지며 명절 준비 기간이 짧아진 만큼 유통업계가 예약 판매 기간을 늘리고 판매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물가가 치솟으며 소비자들의 체감 구매력이 약화된 점도 사전 예약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등했고 가축과 양식 어류 집단 폐사까지 겹쳐 먹거리 수급 불안이 가중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2121원으로 한 달 전보다 95% 급증해 2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깻잎 50g은 1516원으로 53.6%, 오이 10개는 1만1069원으로 38.8%, 애호박 1개는 38.5%, 배추 1포기는 61.3% 각각 상승했다.
정부도 추석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재해대책상황실 비상체계를 유지하며 사고수습지원본부를 운영 중이고, 해양수산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피해 상황 확인 및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추석 성수기 농축수산물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정부 비축 물량을 시장에 방출하는 등 가격 안정화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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