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끝내 비극으로…국민 신뢰 짓밟은 경찰

입력 2026-08-24 18:15   수정 2026-08-25 01:34


3개월 넘게 실종 상태이던 장미란 씨(37)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다. 장씨 사건 외에도 경찰관이 임의로 사건을 ‘셀프 종결’한 사례가 드러나 경찰관의 직업윤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선 경찰관의 기록 조작을 막기 위해 담당자의 재량 권한을 견제하고 문제 징후가 있는 경찰관을 제때 걸러낼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 종결’ 의혹 298건 조사
제주경찰청은 24일 오전 10시46분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 지점은 장씨가 지난 5월 12일 밤 장기 투숙하던 숙소에서 약 1㎞ 떨어진 곳으로, 도보로 10여 분 거리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1일 만이다. 경찰은 장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씨의 남자친구는 장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5월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당시 야간 근무자였던 제주서부경찰서 A경장은 두 시간여 만에 “장씨와 연락이 닿았고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허위 종결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경장이 장씨와 통화하거나 대면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 추정 시신을 포함해 최근 사흘 새 제주 전역에서 실종자 네 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A경장은 지난달 2일 60대 남성 B씨의 실종 신고를 받고도 “가족에게 소재를 알리길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가족이 재차 신고하자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B씨는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경장이 재직하며 처리한 다른 실종 사건 298건을 재차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22일 A경장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이날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A경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이날 인용돼 현재는 석방된 상태다.
◇반복되는 기록 조작…통제는 ‘구멍’
경찰관이 성과 보고, 사건 수 줄이기 등 자신의 편의를 위해 기록을 조작하는 행위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법무부가 올해 공개한 검찰 수사사례에 따르면 제주 지역 한 경찰관은 2022~2023년 자신에게 배당된 고소·진정 사건 7건을 실제 고소 취소가 없었는데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고소 취소’라고 입력해 임의로 종결했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처리 건수를 줄이기 위해 교통법규 위반 신고 3193건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종결했다가 발각돼 올 6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자진 출석한 절도 피의자를 밖으로 유인해 긴급체포한 뒤 보고서에 체포 경위를 ‘탐문 중 우연히 발견했다’고 허위 작성한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직에서 이런 조작 행위가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일선 경찰관에게 부여된 광범위한 재량에 비해 이를 검증할 내부 통제 장치가 미흡한 점이 꼽힌다. 실종, 교통 등 경찰이 맡는 상당수 업무는 담당 경찰관이 전산망에 입력한 처리 결과를 토대로 후속 절차가 진행된다.

실종 사건의 경우 이번 사건처럼 별도의 관리자 확인 없이 담당자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대상자를 해제할 수 있는 구조가 허위 종결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 징후가 반복된 경찰관을 조직이 제때 걸러내지 못하는 인사·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경장은 과거 징계 전력이 있는 데다 지난달 별도 혐의로 입건되는 등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있었지만 조직 차원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4만 경찰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일탈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조직·시스템의 문제가 함께 작동한 결과로 봐야 한다”며 “위험 신호가 있다면 조직이 면밀하게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수/최영총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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