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세계는 다시 원전 르네상스로 들어서고 있다. 원천기술과 거대 시장을 보유한 미국,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미국은 시공 역량이 부족해 자국 내 대규모 원전 계획조차 독자 수행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한국은 공기 준수 능력과 기자재 공급망까지 국제적으로 검증받았다. 지분 인수가 성사되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조합이 될 수 있다.
한국에도 기회가 크다.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지식재산권 분쟁을 합의로 종결했지만 세부 조건은 비공개 상태다. 한국이 파트너가 된다면 지재권 갈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제3국 원전 시장에서 공동 수주 체제를 구축할 길이 열린다.
관건은 조건이다. WEC는 과거 도시바가 거액에 인수한 뒤 미국 원전의 공기 지연과 비용 폭증으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전력이 있다. 어느 정도 지분을 얼마에 확보할지뿐만 아니라 한국이 수주와 기술 활용에서 어떤 권리를 얻을지가 협상의 핵심이 돼야 한다.
투자 재원 역시 국익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검토하는 한미전략투자기금 활용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되 한전의 재무 부담을 과도하게 키워서는 곤란하다. 미국 내 신규 원전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받고, 한국형 원전(APR1400)의 미국 시장 진입 경로도 열어야 한다.
이번 제안의 가치는 지분 인수를 넘어 오랫동안 한국 원전산업을 제약한 기술·시장 장벽을 낮추고 세계 최대 원전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확보하는 데 있다. 조건만 맞는다면 한·미 원전 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자금 공급자와 하청 시공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협상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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