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1만2000원·스무디 3만원인데 '불티'…장사 잘되는 이유

입력 2026-08-24 18:01   수정 2026-08-25 00:42

수박 1만2000원·스무디 3만원인데 '불티'…장사 잘되는 이유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에 있는 프리미엄 식료품점 에러원(Erewhon·사진). 한 소비자가 냉장 진열대에 손을 뻗어 붉은 과일이 담긴 작은 컵을 꺼냈다. 손질된 수박 한 컵에 8.24달러(약 1만2000원). ‘에러원’이라는 스티커가 붙자 평범한 수박이 새로운 가격표를 달았다. 스마트폰을 꺼내 가격표 사진을 찍는 소비자도 눈에 띄었다. 에러원의 비싼 가격이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콘텐츠가 된 셈이다.

에러원은 자체브랜드(PB) 식품을 앞세운 미국 유통기업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낮은 가격을 강조하는 국내 주요 유통업체 PB와 달리 에러원 PB는 일반 제조사 제품보다 30% 이상 가격이 비싸다. 상품 기획부터 원재료 선정, 제조, 포장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높은 가격표를 붙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에러원의 바나나 가격은 미국 유기농 마트 홀푸드보다 63%, 아보카도는 3배가량 더 비싸다. 지난해 기준 에러원의 면적당 매출은 미국 슈퍼마켓 평균보다 2.5배 많았다.

국내에선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식품관 ‘트웰브’가 에러원 모델을 일부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웰브에서 파는 ‘진생 위스퍼스 스무디’ 가격은 2만8000원. 에러원 히트 상품인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 가격인 21달러(약 3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마트도 프리미엄 즉석식품 코너를 마련하는 등 델리 확대로 수익성을 높이려고 시도 중”이라고 했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이마트 키친델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에러원 매대에서 가장 많이 보인 글자는 자체 PB 표기인 ‘에러원’이었다. 2만원이 넘는 주스와 수프, 6만원짜리 소고기 포장에도 같은 연분홍색 로고가 붙었다. 에러원이 제조하고 가져왔다는 사실 자체가 품질 보증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스무디 등 음료를 만드는 토닉바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서 소비자를 불러 모았다. 전체 매장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 토닉바엔 매주 10만 명이 몰린다.

탄탄한 제조시설이 에러원의 PB 기획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러원은 LA 버넌 지역에서 6040㎡(약 1800평) 규모의 중앙주방을 운영한다. 베이커리와 주스 제조실, 연구개발(R&D) 주방을 갖췄다. 이곳에서 만든 상품을 매일 오전 5시께 각 매장으로 보낸다. 빠르게 제품을 기획하고 맛과 품질을 표준화해 PB 상품으로 전환하는 ‘브랜드 생산기지’인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채널도 국산 원물을 스무디나 수프, 소스 같은 제품으로 개발해 ‘K웰니스 PB’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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