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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에 종합 원자력 기업인 웨스팅하우스(WEC)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2030년까지 미국 내 원전 10기를 착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의 자본력과 시공 능력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24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함께 미국 원전 수출을 타진 중인 한국전력은 최근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자는 미국 측 제안을 받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한국에도 일부 지분을 취득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캐나다 사모펀드 운용사 브룩필드(51%)와 우라늄 기업 카메코(49%)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작년 말 이들 대주주 및 웨스팅하우스와 800억달러 규모 원전을 건설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러면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20%까지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만 있고 시공 능력이 부족해 풍부한 시공 경험을 축적한 한국에 공동 투자를 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등을 통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고, 이 투자기구가 미국 내 원전 건설을 주도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면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소하고 미국 대형 원전 시장에도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어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의 경영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 세부 조건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한전을 인수 주체로 내세우되 2000억달러 규모 한미전략투자기금(대미 투자펀드)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 성사되면 미국 원천기술과 한국 시공 능력을 결합한 원전 ‘팀 코러스(Korea+US)’ 구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 주주 되면 지재권 분쟁 해소…경영 참여가 관건"
美 '원전 르네상스' 참여할 기회…수출 통제·로열티 부담도 덜어
미국이 한국에 웨스팅하우스(WEC)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은 미국 내 원전 확대에 한국의 시공·기자재 역량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그동안 양국 원전 협력의 걸림돌이던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오랜 기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돼 미국 내 시공 및 기자재 공급망은 크게 약해진 상태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시공 경쟁력을 갖춘 한국을 묶어야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美 '원전 르네상스' 참여할 기회…수출 통제·로열티 부담도 덜어
◇ 한·미 원전, 혈맹으로 시너지
24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한국전력은 최근 미국 측으로부터 웨스팅하우스 지분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받아 구체적인 투자 구조와 재원 조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주체와 규모, 지분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가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캐나다 사모펀드 운용사 브룩필드가 보유한 구주(지분율 51%)를 인수하는 방안과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신주를 사들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브룩필드는 2017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해 투자비 회수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한전 등 국내 원전 기업이 직접 투자하는 방안 외에도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로 조성되는 대미투자펀드(한미전략투자기금)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자체적인 원전 건설 능력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체 노형인 AP1000은 물론 한국형 원전(APR1400)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80플러스의 지식재산권을 쥐고 있지만, 대형 원전을 정해진 기간과 예산 내에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은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10월 웨스팅하우스 모회사와 8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 파트너십(MOU)을 맺었다. 미국 정부가 각종 인허가 단축과 금융 조달을 지원하는 대가로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최대 20%까지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2029년 웨스팅하우스의 기업 가치가 300억달러에 도달하면 미국 정부가 IPO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 반대급부 확실히 챙겨야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 역시 단순 프로젝트 발주자에 머무르지 않고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딜 구조를 택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800억달러짜리 원전 계획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압도적 시공력을 갖춘 한국을 주요 주주로 끌어들이려 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관건은 몸값이다.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는 2대주주인 카메코가 지분을 인수한 2023년 당시 82억달러(약 11조원) 수준이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과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지원책 발표 등으로 최소 100억달러 이상으로 올랐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면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수출 통제와 지식재산권 로열티 부담을 털어내는 장점이 있지만, 한전에는 재무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약 투자한다면 (한전 자체 자금보다는) 대미투자펀드를 소진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지분 가치를 평가하는 협상에서 확실한 반대급부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 자금 지원이나 하청 시공, 기자재 납품에 그치지 않고 한국형 원전(APR1400)의 미국 본토 직접 착공이라는 몫을 협상 테이블에서 관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를 덥석 받았다가는 과거 일본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 파산으로 위기에 처한 것처럼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김리안/김대훈/박종관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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