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추진 상선단 꾸린다…"중국 조선업 지배력에 도전"

입력 2026-08-25 14:35   수정 2026-08-25 14:39

美, 핵추진 상선단 꾸린다…"중국 조선업 지배력에 도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상업용 조선업 지배력에 맞서기 위해 영국 원자력 해운기술업체 코어파워와 손잡고 원자력 추진 상선 개발에 나선다. 미국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 대신 자국이 강점을 가진 원자력 기술로 경쟁 구도를 바꿔 조선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교통부 산하 해운청(MARAD)의 스티븐 카멀 청장은 25일(현지시간) "영국의 코어파워와 원자력 추진 상선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민관협력 협약을 체
한다"고 발표했다. 카멀 청장은 "중국보다 싼 선박으로 중국을 물리칠 생각은 없다"면서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경쟁의 조건을 우리에게 좀 더 유리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의 목표는 미국 국적 원자력 추진 상선 선단의 건조를 앞당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신속한 인허가는 물론 보험 가입, 항만 접근, 높은 안전기준의 규제체계를 설계할 계획이다. 코어파워는 2028년 첫 원자력 추진 선박 건조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수십 년간 군용 잠수함에 주로 활용됐다. 산소 공급 없이도 장기간 수중 운항이 가능하고 높은 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업용 해운에서는 높은 건조비와 항만 입항 제한, 복잡한 국제 손해배상 규정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현재 원자력 추진 선단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북극 쇄빙선에 이 기술을 활용하는 러시아다.

미국이 이같은 기술을 활용하려는 것은 저가 중국산 선박에 밀려 약화된 자국 조선산업을 되살리고 원자력 기술을 민간 분야에 재배치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6월 미국선급협회는 매사추세츠공대(MIT) 해양컨소시엄이 설계한 원자력 추진 선박을 승인했다. 다음 주에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행사에서 영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등과 원자력 해양기술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칼 뵈 코어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역시 원자력 추진 상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동맹국에 전략적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원자력 추진 선박이 기존 화석연료 선박보다 50~75%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환경세 부담도 피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뵈 CEO는 "향후 25년간 교체가 필요한 선박 가운데 원자력 추진에 적합한 선박이 8200척에 달한다"며 "이 가운데 10~20%를 원자력 선박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기술보다 제도적 장벽이 더 큰 문제란 평가다. 선주들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와 보험 문제, 초기 건조비를 우려하고 있다. MIT 컨소시엄의 테미스토클리스 삽시스 기계·해양공학 교수는 "보험이 없다면 아무 일도 진행될 수 없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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