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 2차 제재를 가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경제 압박에 나섰다. 이란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혀 양국 간 대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이란을 지탱하는 모든 옵션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개시한다”며 “이란 정권과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관계를 맺는 국가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개월가량 이어진 군사 작전에도 이란이 굴복하지 않자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제재는 암호화폐, 기술, 금, 항공, 해운과 관련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차 제재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미국은 이란 정권이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해당 5개 부문에서 각종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봤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사용한 모든 연결고리, 조력자, 네트워크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전 세계 60개 이상의 단체와 개인, 선박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이 이란 정권의 핵 및 미사일 기술 획득과 사이버 작전 수행, 석유 수익 창출을 도왔다는 게 미국 정부의 설명이다.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유럽에 걸친 중개업체 네트워크와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과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국가는 2차 제재 대상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과의 교류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자금 세탁을 도와주는 모든 기관은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이번 주말까지 이란과 연관된 주요 금융회사에 대해 중대한 제재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란은 강하게 맞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재정부 장관은 “우리는 이런 제재에 대비해 2년 경제 계획을 마련해놨다”고 말했다. 앞서 모흐센 레자이 이란 안보책임자는 “이란 주변국이 미국 경제 전쟁에 동참한다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석유 한 방울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도 이번 조치의 효과를 두고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중국 등 강대국을 상대로 2차 제재를 강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선트 장관은 이번 발언에서 이란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중국과 같은 국가의 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면 보복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란산 석유의 약 90%를 구매하고 있다.
기존 제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산 아마디안 테헤란대 교수는 가디언에 “이란은 2018년부터 제재를 받았다”며 “경제 제재는 사실상 미국이 군사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양국 대치와 별개로 종전 협정을 위해 협상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이란 지도부와 만난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SNS에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썼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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