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 대신 호카…'인큐베이팅 명가' 이랜드월드 성공할까

입력 2026-09-04 10:51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와 작별한다. 매출 5분의 1을 차지하는 브랜드와 이별하면서 외형 확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랜드월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미국 러닝화 브랜드 호카다. 국내 매출은 뉴발란스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뉴발란스를 키워냈던 경험을 살려 핵심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이랜드월드의 강점은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인큐베이팅’ 능력이다.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케이스위스 등 과거에 운영한 브랜드들도 몸값을 높여 매각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이랜드월드는 호카를 제2의 뉴발란스로 만들어 공백을 메운다.
◆ 뉴발 빠지는 자리에 호카 온다
이랜드월드가 호카의 새로운 한국 유통사로 선임됐다. 기존 호카 유통사인 조이웍스앤코에서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약 8개월 만이다. 호카는 올해 1월 조이웍스앤코와의 수입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유통업체를 물색해왔다.

데커스 아시아태평양 법인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한국 호카 브랜드의 새로운 총판으로 이랜드를 선정하게 됐다”며 “이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카가 한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랜드월드도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계약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조이웍스는 반발하고 있다. 조이웍스는 8월 25일 국제중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회사 측은 “미국중재협회(AAA) 산하 국제분쟁해결센터(ICDR)가 관리하는 국제중재 절차와 한국 호카 유통계약 해지의 적법성 및 양 당사자 간 권리관계에 관한 중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재인의 최종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유통업체가 선정됐다고 해서 현재 중재 절차에서 다투고 있는 쟁점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이랜드월드 제2의 뉴발’로 외형 확장 가능할까
이랜드월드는 호카 브랜드 가치를 키워 뉴발란스 빈자리를 채울 계획이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와 2030년까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으나 2027년부터 한국법인(뉴발란스코리아)을 통해 직접 운영하면서 성인 사업은 자체 경영할 계획이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키즈 부문만 운영하게 된다.

이랜드그룹은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능력이 있다. 뉴발란스가 대표적이다. 이랜드는 뉴발란스와 2008년 처음 유통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뉴발란스 매출은 250억원에 불과했다. 이랜드 운영 2년 만인 2010년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이듬해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뉴발란스는 이랜드월드의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2020년 매출 5000억원, 2024년 1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푸마도 마찬가지다. 1994년 계약 당시 100억원에 불과하던 푸마 매출은 2007년 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1966년 설립된 미국 테니스화 브랜드 케이스위스를 통해서도 브랜딩 능력을 입증했다. 나이키 등 경쟁사에 밀려 2000년 이후 인기가 크게 떨어졌고 2013년 이랜드는 1억7000만달러(당시 약 2000억원)를 투자해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의류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신규 상품 개발, 비용 절감 등을 통해 흑자전환했고 2019년 중국 스포츠기업 엑스텝에 매각까지 성공했다. 매각가는 2억6000만달러(당시 약 3000억원)로 인수가보다 1000억원 높다.

자체 브랜드는 육성 이후 매각까지 성공했다. 이랜드가 1997년 선보인 캐주얼 브랜드 티니위니는 곰 캐릭터를 앞세워 인지도를 높였고 2004년 중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했다. 중국 진출 10년 만에 현지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한류 브랜드’로 올라섰으며 이랜드는 2017년 중국 패션기업 브이그래스에 877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모던하우스는 1996년 이랜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유럽식 SPA 홈리빙 전문 브랜드였다. 모던하우스는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주력 수익원이 됐다. 사업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MBK파트너스에 70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호카 역시 이랜드월드 체제에서 빠른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호카 매출은 약 1000억원대(2025년 기준)다. 국내 러닝화 시장 규모가 1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확장 여력은 충분하다. 카테고리를 일반 운동화로 확장한다면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랜드월드 역시 호카를 키워 뉴발란스 공백을 메워야 한다. 뉴발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빈자리를 채울 만한 대형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뉴발란스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이랜드월드 전체 매출의 약 20% 비중을 차지한다. 자체 브랜드 가운데 효자로 꼽히는 스파오 매출은 지난해 6500억원으로 뉴발란스의 절반 수준이다.

이랜드월드가 필요한 것은 외형 확장이다. 10년 전 7조원대 규모의 매출이 2025년 5조원대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2025년 매출은 5조5434억원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이랜드월드는 5조원 초반대 매출에 머물고 있다. 이랜드가 주요 계열사 사업을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이랜드월드 역시 외형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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