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한 정거장을 지나는 사이 소비되는 1분짜리 서사. 자극적인 소재와 압축적인 전개를 앞세운 숏드라마가 쇼츠와 릴스로 대표되는 짧은 영상 콘텐츠의 성장세를 타고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숏드라마는 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 화면비로 제작되며 작품당 50~80개 안팎의 회차로 구성된다. 보통 초반 회차를 무료로 제공해 시청자를 끌어들인 뒤 이후 회차부터 유료 결제나 정기 구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편당 결제 금액은 300~700원 수준으로 부담이 적어 보이지만 전 회차를 끝까지 감상하려면 2만~3만원가량이 소비된다.
숏드라마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규모는 2023년 50억달러(약 7조원)에서 2025년 120억달러(약 16조원)로 2년 만에 2.4배 성장했다. 오는 2030년에는 26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숏드라마의 성장 배경에는 모바일 환경에 맞춰 달라진 콘텐츠 소비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짧은 영상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출퇴근길이나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숏드라마는 이 같은 소비 패턴을 파고들어 빠르고 자극적인 서사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의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숏드라마는 2018년 중국 숏폼 플랫폼 도우인에서 처음 등장한 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모바일 콘텐츠 소비 확대와 맞물려 급성장했다. 자국 시장에서 흥행성을 입증한 중국 플랫폼들은 활발히 해외 진출에 나섰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실제 글로벌 매출 상위 20개 숏드라마 앱 중 90%가 중국을 기반으로 하거나 중국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시장의 열기 역시 못지않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한국은 앱 다운로드 대비 결제 규모가 전 세계 4위 수준으로 유료 이용자 저변이 넓은 시장이다. 올해 1월에는 국내 숏드라마 앱 월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숏드라마 시장을 약 65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시장 상위권은 여전히 드라마박스·드라마웨이브 등 중국계 플랫폼이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스푼랩스의 ‘비글루’와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스낵’은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 앱 매출과 다운로드 순위 톱5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기존 미디어 업계의 참전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국내 OTT 플랫폼인 왓챠는 ‘숏챠’, 티빙은 ‘티빙 숏 오리지널’을 선보이며 경쟁에 합류했고 네이버웹툰 역시 자사 웹툰 IP를 기반으로 숏드라마를 선보인다. 여기에 영화 제작사 쇼박스와 지상파 방송사인 MBC까지 숏드라마 전용 콘텐츠 제작에 나서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포화하고 출품작이 쏟아짐에 따라 단순 자극 위주의 콘텐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초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운맛 전개를 넘어 작품의 질을 높이고 서사적 차별성을 확보해야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창학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회 토론회에서 “숏드라마 시장은 한국 콘텐츠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유의미한 기회”라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 콘텐츠만의 연출력을 적용해 내용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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