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인공지능(AI) 클로드에 이 같은 지시를 내리고 계좌 매매를 맡겼더니 5개월 만에 19%의 수익률을 냈다. 지난 5일 ‘더 클로드 포트폴리오’가 공개한 성적으로,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12.24%)을 6.8%포인트 웃돌았다. 이처럼 해외에서 쓰이기 시작한 ‘에이전틱 트레이딩’(AI 자율 매매) 환경이 국내에도 마련될 예정이다.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에이전틱 트레이딩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증권사가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CP)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면서다.
MCP는 AI 언어 모델이 외부 데이터와 도구에 안전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평소 이용하는 AI에 증권사를 한 차례 연결해두면 이후 AI 내에서 자연어로 계좌를 조회하거나, 종목의 시세를 확인하거나, 종목 및 상품을 매매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이 통로가 열리며 과거 복잡한 프로그램 매매로만 할 수 있던 자동조건 매매도 일상 언어로 가능해졌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가 2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지면 100만원어치 매수해줘”와 같은 조건부 주문이 가능하다.
클로드의 사례처럼 AI 분석을 거쳐 개인 포트폴리오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토스증권 관계자는 “클로드 포트폴리오의 사례는 주식 매매를 위해 특화된 AI 모델을 사용했다”며 “AI 성능이 충분히 고도화돼 있지 않다면 실제 수익률은 벤치마크 지수 대비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이용한 주식 거래는 보안상 이유로 웹 브라우저(크롬, 사파리 등)를 통해 접속하는 AI 모델이 아니라 PC에 직접 설치해 구동하는 환경에서 우선 지원된다.
해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이전틱 트레이딩 도입이 이미 본격화됐다.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는 5월 2750만 명의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MCP 서버를 개방해 누구나 에이전틱 트레이딩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AI가 전 재산을 건드릴 수 없도록 분리된 계좌에서만 거래가 가능하게 했다.
국내에서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에이전틱 트레이딩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자체 개발한 ‘MCP 트레이딩’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다만 이는 초기 세팅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코딩 지식이 필요해 일반 이용자에게는 진입장벽이 있었다. 이에 비해 MCP 서비스를 곧 개설할 예정인 다올투자증권은 MCP 서버를 내려받아 AI와 연결하는 방식의 간편성을 내세우고 있다.
토스증권도 별도의 키 발급이나 복잡한 설정 없이 에이전틱 AI와 계좌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국내와 미국 주식 모두 거래할 수 있다. 이 밖에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도 에이전틱 트레이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변동성 확대와 보안 리스크는 과제로 꼽힌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다수 AI가 비슷한 매매 패턴을 보이면 수급 쏠림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증권사는 AI 연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망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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