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정교하고 역동적인 소비자가 있는 시장입니다. 단순한 아시아 첫 진출을 넘어, 앞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치폴레가 성장해 나갈 때 세울 기준이 될 것입니다."
미국 멕시칸 패스트 캐주얼의 절대강자 치폴레(Chipotle)가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오픈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출점 일정을 묻는 글이 쏟아지는 등 뜨거운 화력을 입증했던 치폴레는 창립 33년 역사상 아시아 최초 매장의 거점으로 서울 강남대로를 낙점했다.
1일 궂은 날씨 속에서도 취재진으로 가득 찬 '치폴레 강남점' 현장. 오픈 주방 너머로는 새벽부터 준비된 신선한 채소와 그릴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매장을 채웠다.
현장을 찾은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시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콧 CEO는 "한국 소비자들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지, 원재료의 품질과 조리 방식에 깊은 관심을 둔다"며 "오픈 주방에서 매일 신선하게 조리하는 파인다이닝급 음식을 미국 달러 기준 10달러 이하라는 매일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 선보이는 치폴레의 철학과 정확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유통업계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아왔던 치폴레가 이제야 한국 땅을 밟은 이유는 명확하다. 브랜드의 까다로운 식재료 철학을 온전히 구현할 파트너사를 찾고, 현지에서 신선한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공급망이 완벽히 갖춰질 때까지 속도보다 내실을 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치폴레가 해외 진출에서 조인트벤처(JV) 방식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 캐나다, 유럽 등 글로벌 4200여 개 매장을 직접 소유·운영해 온 치폴레는 한국 및 싱가포르 독점 사업권을 가진 상미당홀딩스 계열 빅바이트컴퍼니와 손잡고 합작법인 S&C를 설립했다.
스콧 CEO는 파트너십 선정 배경에 대해 "상미당홀딩스는 비교할 수 없는 운영 철학과 글로벌 파트너십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라며 "치폴레가 추구하는 맛과 조리의 진정성을 지켜낼 최적의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최고비전책임자(CVO·사장) 역시 현지화와 타협하지 않고 치폴레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사수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허 사장은 "치폴레 도입을 검토하며 던진 질문은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가'였다"며 "매장 인테리어나 공간 설계가 끝난 시점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식재료 공급망을 완벽히 구축한 시점을 한국 시장의 진짜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본토와 동일한 품질과 고객 경험을 일관되게 제공하기 위해 국내 모든 매장은 100% 직영으로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 공략의 핵심 카드는 '가격 정책'과 '커스터마이징의 일상화'다.
허 사장은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는 가격 부담이 크거나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편견을 깨겠다"며 "부리또, 볼, 타코, 샐러드 등 메뉴 형태에 따른 가격 차이를 두지 않고, 라이스·빈·살사·치즈·사워크림·파히타 베지 등 기본 재료는 원하는 만큼 선택해도 추가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해진 메뉴를 수동적으로 고르는 대신, 고객이 제약 없이 취향대로 한 끼를 완성하는 식문화를 일상 속에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오픈 키친 시스템과 식재료 소싱도 현장 중심으로 세밀하게 맞췄다. 매장에 들어서면 고객은 카운터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6종의 프로틴(치킨, 스테이크, 바바코아, 카르니타스, 소프리타스, 베지)과 각종 토핑을 조합하게 된다.
네빌 판타키 치폴레 컬리너리 부문 수석부사장은 "고수, 할라피뇨, 양파, 쌀, 매일유업을 통한 사워크림 등 핵심 식재료를 한국 현지에서 까다롭게 소싱하고 있다"며 "매일 아침 크루들이 직접 채소를 다듬고 고기를 구우며, 고객 서빙 전 매일 맛을 직접 체크해 본토의 신선함을 오차 없이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공식 개점하는 치폴레 강남점(110평·96석 규모)을 시작으로 연내 국내 2·3호점을 잇달아 선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싱가포르 1호점을 열며 아시아 시장 공략의 보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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