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5억원, 금리는 연 1.5%'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삼성전자가 1일부터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사내 대출 제도입니다. 삼성전자가 시행하는 주거 안정 지원 제도는 매매가 25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 5억원을 연 1.5%의 금리로 빌려준다는 게 핵심입니다.
대출 시행 후 3년 동안은 '거치'도 가능한 조건입니다. 한국은행이 7~8월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하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8%대까지 올라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미적용됩니다. 연 1.5%의 최저금리 수준으로 5억원을 빌리면서, 필요한 경우 후순위로 금융권에서 추가 대출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최대 유동성은 29조원에 달합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취급하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매월 6조~7조원 안팎에 달합니다.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51조6377억원입니다. 삼성전자 임직원 대상 사내대출의 최대 유동성인 29조원은 5대 은행의 5개월 치 신규 주담대 규모, 전체 주택담보 대출의 4.4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사내대출이 나오지 않는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런 대출 조건은 '꿈'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현재 정부는 주택 가액에 따라 빡빡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규제지역 담보대출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에 불과합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돈이 전국적으로 풀리는 돈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동탄 일대와 삼성전자 '셔틀버스'가 다니는 동남권 등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맨'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진 동탄은 벌써 들썩이고 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면적 유형 494개 가운데 319개(64.57%)가 최고가를 새로 쓰는 등 일찍이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입니다. 동탄은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과 관련 반도체 기업을 배후로 두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동탄구 아파트 가격지수는 올해 1월 89.03에서 6월 100을 넘어 7월 103.47을 기록했습니다. 동탄구 아파트 상승 폭은 지난달 넷째 주를 기준으로 0.54%로 뛰며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현장에서도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매수 문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에 가장 많이 찾던 가격대가 10억원 안팎이라면, 이제는 15억원 안팎의 단지들까지 많이 보고 찾는 것 같다"며 "매수 문의가 활발한 만큼 전반적인 가격도 오름세"라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쉽게 통근할 수 있는 '셔세권' 단지들까지 '반도체 머니'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 광교나 판교, 용인, 분당은 물론, 화성 병점이나 오산, 서울 안으로는 송파구와 강동구 등이 셔세권으로 언급되는 대표 동네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임직원 대상 사내대출이 주택 구입 여력을 키우면서 동탄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벨트 인근 집값을 추가로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시장에서는 대출이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라며 "대출이 부족해 집을 사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매수 여력이 새로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삼성전자 사업장과 가까운 지역은 이미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는 곳이 많아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가세할 수 있다"며 "용인·분당처럼 인구가 많고 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 셔틀버스로 통근할 수 있는 지역 중에서 선호도가 높은 곳에서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동탄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저리' 혜택이 있는 대출이 풀리면 단기 급등 이후의 하방 경직성을 다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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