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4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멕시칸푸드 브랜드 치폴레가 1일 한국에 상륙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아시아 첫 매장을 열었다. 쉐이크쉑의 국내 진출을 이끈 상미당홀딩스(옛 SPC그룹)가 치폴레 한국 사업을 맡았다. 상미당홀딩스는 국내 치폴레 매장을 연내 세 곳으로 늘리고 내년 상반기 싱가포르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치폴레 국내 운영사 에스앤씨레스토랑홀딩스(S&C)는 이날 아시아 첫 매장인 ‘치폴레 강남점’을 열었다. 강남대로 핵심 상권에 들어선 1호점은 96석 규모다. 현지화가 아니라 미국 현지 스타일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을 택했다.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별도 메뉴를 개발하는 대신 미국과 같은 식재료 기준과 조리법을 적용했다. 주문도 미국처럼 소비자가 메뉴 제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부리토, 타코, 퀘사디아 등 기본 메뉴 가격은 1만2000~1만4000원대다.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최고비전책임자(CVO·비알코리아 사장)는 간담회에서 “치폴레엔 ‘이 정도면 괜찮다’는 타협이 없다”며 “매장을 여는 시점이 아니라 고품질의 재료 공급망을 확보한 시점을 한국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치폴레는 미국에서 신선한 재료와 넉넉한 양의 제품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워 성장했다. 기존 멕시칸 레스토랑보다 빠르면서 햄버거보다는 신선한 한 끼를 찾는 수요를 흡수했다.
S&C는 강남점에 이어 연내 치폴레 2·3호점을 추가로 연다. 국내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한다. 내년 상반기엔 싱가포르 1호점을 열어 아시아 사업을 본격화한다. 한국 멕시칸 외식 시장이 아직 작다는 점은 치폴레에 기회이자 리스크다. 타코벨은 1991년 처음 진출한 후 철수와 재진출을 반복했고, 국내 운영 주체가 네 차례 바뀌었다. 2007년 상륙한 온더보더도 2019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치폴레 본사는 아시아 진출을 위해 상미당홀딩스 계열 빅바이트컴퍼니와 합작해 S&C를 세웠다. 치폴레가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워 해외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사가 현지 사업자에게 운영권만 넘기는 게 아니라 직접 지분을 투자해 음식 품질과 브랜드 경험을 통제하겠다는 얘기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이라는 시장의 잠재력과 파트너의 역량을 함께 봤다”고 말했다.
치폴레가 상미당홀딩스를 파트너로 결정한 배경엔 쉐이크쉑을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허 CVO는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쉐이크쉑을 접한 뒤 5년간 본사를 설득해 2016년 강남에 국내 1호점을 열었다. 이후 쉐이크쉑은 상미당홀딩스와 함께 국내 37개, 싱가포르 11개, 말레이시아 4개 등으로 아시아 사업 규모를 키웠다.
치폴레의 국내 성공 여부는 제빵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고심이 큰 상미당홀딩스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치폴레가 성공하면 상미당홀딩스는 글로벌 본사의 자본과 브랜드, 아시아 운영 역량을 결합하는 외식 플랫폼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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