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얘기만 20년째, 이번엔 진짜?"…격변 앞둔 목동 [이슬기의 새집다오]

입력 2026-09-06 20:00   수정 2026-09-09 10:42

"재건축 얘기만 20년째, 이번엔 진짜?"…격변 앞둔 목동 [이슬기의 새집다오]


"학군과 인프라는 최고라지만, 구축 아파트라 세탁기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고 밤마다 주차 전쟁입니다. 재건축 얘기만 20년째 들어서 반신반의했는데, 요즘은 단지마다 플래카드가 걸리고 신탁사나 조합 소식이 나와 기대가 큽니다."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주민 A씨)

강남에 '압구정'이 있고 한강변에 '여의도·성수'가 있다면, 서울 서남권에는 단연 '목동'이 있다. 이른바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를 일컫는 '압여목성'의 한 축이다. 대한민국 대표 학군지이자 뛰어난 생활 인프라를 갖춘 목동 신시가지 일대가 긴 침묵을 깨고 마침내 대대적인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20년 넘게 말만 무성던 재건축 사업이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2만5000여 가구에 달하는 노후 단지가 4만7000여 가구의 '미니 신도시급' 신축 주거 타운으로 탈바꿈할 채비를 마쳤다.

목동 신시가지는 여의도 금융가와 접근성이 뛰어나고, 고소득 직장인 및 전문직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목동을 대표하는 명문 학군과 대형 학원가는 외부 유입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요인이다. 교통과 자연환경, 상권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서남권 최고의 주거지로 꼽힌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 뒤에는 노후화로 인한 불편 역시 숨어 있다. 목동 신시가지 대다수 단지가 1980년대 중후반에 조성돼 준공 40년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단연 주차난이다. 퇴근 시간만 되면 이중·삼중 주차는 일상이 됐고, 진입로조차 막히기 일쑤다. 요즘 신축 아파트에서는 기본인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나 골프연습장은커녕, 대한민국 대표 학군지임에도 단지 내에 번듯한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 하나 없는 실정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40세대부터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고령층까지, 실거주 주민 사이에서 '이제는 신축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이 분출된다.

다행히 최근 들어 목동 재건축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총 14개 단지로 구성돼 있다. 흔히 안양천과 학원가, 지하철 노선 및 행정동 위치에 따라 1~7단지는 '앞단지(행정동상 목동)', 8~14단지는 '뒷단지(행정동상 신정동)'로 불린다. 그러나 재건축 시장에서는 행정구역 구분이 무색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목동 신시가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비사업 덩어리로 인식하고 있으며, 옆 단지의 사업 속도와 조건에 맞춰 연쇄적으로 속도를 내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4개 단지의 사업 추진 방식과 진행 현황을 살펴보면, '목동 권역' 전체의 재건축 사업이 궤도에 올랐음을 실감할 수 있다.

14개 단지 중 8곳이 신탁 방식을, 6곳이 조합 방식을 채택했다. 조합 방식을 선택한 단지 중 추진위 단계인 3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합설립을 마쳤으며, 신탁 방식을 채택한 단지들 역시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를 모두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3단지를 제외한 대다수 단지가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내년(2027년) 상반기에는 재건축의 핵심 고지인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목동 단지들이 이처럼 사활을 거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오는 2030년 11월로 예정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새로운 고도 제한 기준 적용 때문이다.

인근에 김포공항이 있는 목동은 비행안전구역 영향권에 속해 있다. ICAO가 2030년 말부터 개정된 국제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재 각 단지가 계획 중인 최고 45~49층 높이의 초고층 설계를 적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사업성이 크게 저하 위험이 있다. 규제를 피하려면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수의 단지가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신탁사를 지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탁 방식은 조합 설립 단계를 생략하는 등 사업 기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룰이 바뀌기 전에 '고층 굳히기'를 완성하려는 주민들과 정비업계의 이해관계가 속도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재건축 기대가 가시화하면서 거래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서 체결된 토지거래허가 건수는 총 181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87건) 대비 108% 급증한 수치다.

목동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투자가 불가능한 환경임에도 거래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은, 실거주를 겸한 매수 대기자들이 재건축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거래 단지를 가리지 않고 평형별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가고 있으며, 대기 매물도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목동 대장으로 꼽히는 목동 7단지 전용면적 64㎡는 지난 7월 26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사업이 순항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향후 최대 난관은 단연 '이주 문제'다. 목동 거주민 대다수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교육 때문이다. 목동에서는 목동을 조금만 벗어나도 대체할 수 있는 학군지가 사실상 없다. 주민들이 재건축 기간에도 인근에서 거주하기를 원하는 이유다. 특정 단지 하나만 이주를 시작해도 주변 전세시장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주 작업은 2027년 말부터 연쇄적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가 2027년 말에서 2028년 초 사이 첫 이주의 물꼬를 튼다. 이어 2028년 중순에는 8·10·14단지 등 사업에 속도를 낸 단지들이 연이어 합류하며 '1차 이주 피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28년 말부터 2029년 사이에도 대규모 이주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본격적인 '이주 대란'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2029년부터는 상대적으로 진행이 늦은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뒤를 따르며 이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엄청난 인원이 이동할 배후 주거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목동 학원가 접근성을 유지하려면 인근 신정동, 등촌동, 염창동, 신월동이나 지하철 5·9호선 라인(강서·영등포)으로 한정되는데, 이 일대 전세가 폭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렸다. 양천구청은 최근 3만 가구에 육박하는 대규모 이주 수요에 대비해 '목동 재건축 이주대책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구청 차원에서 단지별 이주 시기를 분산시키고, 인접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전세난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또 다른 잠재적 문제는 목동 특유의 도로 체계다. 목동 신시가지 내부는 대형 대로가 드물고, 대다수 단지 내부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설계돼 있다. 현재 2만5000가구 체제에서도 출퇴근 시간대 안양천로나 국회대로 진출입 시 병목 현상이 극심하다.

재건축 이후 가구 수가 4만7000가구로 2배 가까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의 도로망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광역 교통 계획은 다소 미진한 상태다. 재건축 시 기부채납을 통해 단지 주변 도로를 소폭 확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병목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목동선 신설이나 강북횡단선 재추진, 목동 4단지와 7단지 사이를 지나는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 등 궤도 교통망 및 광역 도로 개선 사업이 재건축 속도에 맞춰 차질 없이 이뤄지느냐가 향후 주거 쾌적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20년 동안 '소문'에 그쳤던 목동 재건축이 이제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2030년 고도 제한 규제 변경이라는 시간제한 속에서, 신탁사와 조합은 속도를 높이고 있고 지자체는 이주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전세난과 교통난이라는 숙제가 남아있지만, 명문 학군과 뛰어난 입지, 그리고 4만7000가구라는 압도적 규모가 결합한 목동 신시가지의 재건축은 향후 서울 서남권 부동산 입지 지도를 완전히 새로 그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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